한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가 변하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 대통령 중 그에 대한 평가가 가장 많이 달라진 인물의 하나가 레이건이다. 집권기간 동안 그는 민주당과 리버럴, 지식인들로부터 숱한 조롱을 받았다. “가장 무식한 대통령”, “내가 미국인임을 부끄럽게 하는 대통령” 등등. 그러나 그가 퇴임한 후 그의 인기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으며 이제는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꼽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가 이처럼 높이 평가받는 것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던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미국 경제가 지난 20여년간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한 것이 그의 정책 덕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만 해도 사정은 몹시 달랐다. 집권 2년이 지나도 미국 경기는 불황에서 헤어날 줄 몰랐고 공산주의 위협은 여전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자신의 정책을 굽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인들의 그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은 그의 유머 감각과 낙천적인 성격을 좋아했다. 취임 후 두달만에 총격을 받고 죽음 일보 직전까지 간 상황에서 낸시에게 “깜빡 피하는 걸 잊었어”라고 하는가 하면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 “의사가 공화당이면 좋겠는데”라고 한 말은 미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레이건의 유머 감각은 취임 전부터 유명했다. 1980년 선거전에서 최고령 후보였던 그는 자신의 고령이 이슈가 되자 카터와 토론을 벌이면서 “이번 선거에서 나이가 문제가 되는 모양인데 나는 경쟁자의 미숙함과 무경험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해 폭소와 갈채를 받았다. 70고령에 대통령이 된 레이건이 그만한 업적을 남긴 것을 보면 나이는 최고 경영자에게 별 핸디캡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새한 은행이 김주학 행장의 연임을 거부하고 은퇴 생활을 즐기고 있던 벤자민 홍 전 나라 은행장을 영입한다는 소식이다. 홍 행장 나이가 올해로 74세가 되니까 레이건이 대통령이 됐을 때보다 4살이나 많은 셈이다. 새한 이사 측에서는 망해가던 미주 은행을 오늘의 나라로 키운 그의 능력을 사고 그 재판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한인 경제가 그 때와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홍 행장 입장에서는 과거 한미 이사들에 당했던 수모를 나라를 일으켜 갚았던 것처럼 지난번 나라에서 불명예 제대한 치욕을 새한 부흥으로 씻고 싶은 생각도 있을 것이다. 한인 은행계의 원로 정원훈 행장이 외환 은행장과 한미 은행장, 새한 은행장을 거쳐 81세에 아시아나 행장까지 지낸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많은 나이도 아니다.
지난 20일은 레이건이 취임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70대의 홍 행장이 과연 레이건을 뺨치는 노익장을 과시할 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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