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준다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얼마 전 한국의 중고등 학생을 대상으로 가장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은 무엇이냐는 설문조사가 실시되었다. 결과는 요즘 아이들의 정서를 그대로 보여준다. 첫째는 마음의 선물, 둘째는 만년필로 나왔다.
상업주의의 공세 속에 비쌀수록 좋은 것으로 배우며 자란 아이들에게 ‘마음’은 선물이 될 수 없고, 필기도구가 거의 필요 없는 컴퓨터 세대에게 만년필은 박물관에나 갈 구시대의 유물처럼 보일 것이 분명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요즘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아이팟, 디지털 카메라, 최신형 셀폰 등 수백 달러 씩 하는 물건들이니 주머니 얇은 부모들은 예산 짜 맞추기에 골치가 아프다. 거기에 노부모, 형제들, 가까운 동료나 친구들까지 챙기고 나면 다음 달 크레딧 카드 청구서가 장난이 아니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선물 값으로 나가는 돈은 평균 650-700달러 선. 물론 소득에 따라 많아져서 지난해 기준으로 볼 때 연봉 2만5,000달러 이하인 사람은 326달러, 2만5,000달러 이상 4만5,000달러 미만 층은 500달러, 4만5,000달러 이상 7만5,000달러 미만은 665달러, 7만5,000달러 이상은 966달러라는 통계가 있다.
연령에 따라, 개개인에 따라 선물의 규모는 천차만별이겠지만 거의 예외 없이 경험하는 것은 선물 샤핑 스트레스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지금쯤이면 어느 샤핑몰을 가든 주차장에서부터 만원이어서 물건 고르고 사는 것이 전쟁 수준이다.
선물 사느라 드는 돈, 샤핑 하느라 드는 시간, 돈과 시간 꿰어 맞추느라 받는 스트레스 … 이 모두에서 벗어나 한갓지고 평화로운 성탄절을 맞이하자는 운동이 미국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다. 상업주의의 천국에서 상업주의에 대한 반격이 나오기 시작했다.
소유를 줄이고 존재를 즐기자는 ‘단순한 삶’ 운동단체, 소비를 줄여 환경을 보호하자는 친 환경주의 운동단체 등이 주축이 된 이 움직임은 일명 ‘물건 안 사는 명절(No Buy Holidays)’캠페인. 물건 사러 다니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 가족끼리 모여 오붓하게 즐기는 데 시간과 정력을 쓰자는 운동이다.
한인들 중에도 대가족인 집안들은 선물 안주고 안 받기를 실천하는 가족들이 있다. 형제들이 모두 결혼을 하고 나면 그 많은 식구들 선물을 챙기기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정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각자 5달러, 10달러 짜리 선물을 하나씩 가지고 와서 뽑기로 선물교환을 해보기도 하지만 그 값의 물건들은 대개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 차라리 음식을 한가지씩 해 가지고 와서 멋진 디너를 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들도 있다.
물건에 밀려서 성탄절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이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물론 선물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물건보다 사랑을 나누는 풍토를 집안에 들이는 노력은 어느 가정에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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