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한국에 나갔다가 한국 노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보고 와서는 밤잠을 설쳤다. 미국 홈리스들을 위하여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니 한국 노숙자들은 내 몫이 아니라고 애써 잊으려 해도 그들은 잊혀지지 않는 영상이 되어 하루종일 나를 따라 다녔다. 결국 올해 1월 마음의 짐을 풀 길이 없어 한국으로 나가게 되었다.
5년째 홈리스 사역을 하고 있는 나는 한국 노숙자 사역도 미국 홈리스 사역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1년이면 충분히 체계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부딪힌 한국 노숙자 사역은 이 곳 홈리스 사역과 비교도 안되게 힘들고 어려웠다.
미국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노숙자들을 위한 쉘터가 많이 부족하고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노숙자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우리가 제공하는 아침 무료 급식을 받기 위해 나오는 노숙자 숫자가 500명에서 이젠 1,000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줄을 선 노숙자들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한국 음식은 가장 적은 식단이라도 밥과 국과 김치가 있어야 한다. 2,000개가 넘는 밥그릇과 국 그릇 수저, 장비들을 설거지 해야하고 1,000명의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김장하듯 김치를 담궈야 한다.
더구나 한국 사회에서의 노숙자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과 사회적 인식은 후원의 손길을 막히게 하고 봉사자들을 얻는데 가장 어려운 장애물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나 그곳에서나 노숙자들은 정신적인 장애자들이요 버림받은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향한 주님의 사랑은 그들을 섬기는데 필요한 것들을 끊임없이 공급해 주셨다.
미국과 한국의 사역은 충성스런 주님의 일꾼들이 잘 맡아 주어 미국의 다운타운 홈리스 사역도 하루도 빠짐없이 잘 진행되었고 재활센터는 잘 운영되어 갔다.
이곳에서는 거리선교회가 이불마트의 협찬으로 4년째 펼치는 ‘사랑의 담요 나누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추수 감사절을 이틀 앞둔 지난달 22일 아침 다운타운에서 200장의 담요가 홈리스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이 담요나누기도 선행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인 미션이나 단체들이 앞 다투어 하고 있다. 한국에서 함께 노숙자 사역을 하는 동역자는 LA에 있는 홈리스 쉘터들을 돌아보고 이 곳은 홈리스들의 천국이라며 이렇게 넘치는 곳에 계속 붓지 말고 모자라는 곳에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겠냐고 가슴 아파했다.
한국의 겨울은 살을 에듯 매섭고 고통스럽다. 추위가 심했던 밤을 지나고 새벽에 나가보면 2-3명이 얼어죽는 현실이다. 우리가 노숙자들에게 아침을 제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추운 겨울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은 때로 그들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노숙자들에게는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한 끼니가 아니라 먹으면 살고 못 먹으면 죽는 절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노숙자들에게는 한 장의 담요도 생명이 된다. 덮으면 살고 덮지 못하면 얼어죽기 때문이다. 우리가 노숙자들에게 집을 줄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집과 다름없는 담요는 줄 수는 있다. 한장의 담요와 생명과 맞바꿔야 할지도 모르는 그 곳에, 이곳에 넘치는 것들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김수철 목사·거리선교회 대표 www.streetl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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