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물 갔지만 버지니아는 한 때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617년 첫 식민지 제임스타운이 이곳에 세워졌고 1776년 미국이 독립을 선언했을 때도 그 핵심 인사들은 대부분 버지니아 출신이었다. 초대 대통령을 지낸 워싱턴을 비롯, 3대 제퍼슨, 4대 매디슨, 5대 먼로가 모두 버지니아 사람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가 사실상 버지니아 땅에 세워졌고 남북 전쟁 당시 남군의 수도 리치몬드도 버지니아에 있었다.
지난 달 말 이 버지니아에서는 주지사 자리를 놓고 공화 민주 양당간에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시 대통령이 연설차 노포크까지 왔건만 이곳에 한 표를 호소하며 각 지역을 누비던 킬고어 공화당 주지사 후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명목상 이유는 연설 주제가 선거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부시 인기 하락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의도적 기피였다는 비판이 높았다.
그 다음 주 열린 행사에는 두 사람이 나란히 참석했으나 이것이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부시 지지자 못지 않게 부시 증오자의 표를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8일 열린 주지사 선거에서 결국 킬고어 후보는 민주당의 케인 후보에게 참패했다.
공화당 측에서는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패배를 놓고 “지방 선거에 지나지 않는다”고 애써 자위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이것이 내년 중간 선거의 전초전이라며 의기 양양해 하고 있다. 뉴저지는 원래 민주당 텃밭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버지니아는 불과 1년 전 부시가 9% 포인트 차로 케리를 따돌린 곳이다. 이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52%대 46%으로 공화당 후보를 누른 것은 부시의 인기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세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골수 공화당, 또 하나는 골수 민주당, 다른 하나는 중도파다. 골수 공화당이나 민주당은 자기 당 후보라면 코끼리나 당나귀가 나와도 찍는 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중도파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이들의 비율은 대략 공화 1/3, 민주 1/3, 중도 1/3 정도로 파악된다. 지금 부시 지지도가 30% 남짓이라는 것은 골수 공화당을 제외한 나머지 계층의 지지를 거의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중간 선거는 대체로 집권당에 불리하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열린 2002년 선거에서 인기가 치솟던 ‘부시 옷자락’(coattail)을 붙잡고 공화당이 이긴 것은 특수 상황에 의한 이례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
이런 저런 점을 종합해 보면 내년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것은 기정 사실이고 얼마나 큰 폭으로 이기느냐만 남았다는 관측도 빈말은 아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참에 1994년이래 다수당 자리를 내준 연방 상하원을 탈환하자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2006년 선거까지는 아직 1년이 남았지만 이대로 가면 ‘부시 옷자락’은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공화당의 대응 전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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