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교와 기독교, 회교는 수천 년을 으르렁거리며 서로 싸워왔지만 공통점도 있다.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증오다.
구약에 보면 “이자를 받고 사는 사람을 살려둬야 하는가. 아니다. 반드시 죽어야 한다”(에제키엘 18장 13절), “세상에는 청부살인자와 고리대금업자, 공갈단이 도처에 있다. 그들은 나와 내 율법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에제키엘 22장 12절) 등의 구절이 있다. 코란에도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람들은 악마에 의해 조종되는 사람과 똑 같다... 신은 사업은 허용하지만 고리대금업은 금한다.고리대금업을 고집하는 사람은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거하리라”고 적혀 있다.
중세 가톨릭 신학의 대가 토마스 아퀴나스 또한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는 것은 “포도주를 팔고 마시는 값을 따로 받는 것과 같다”는 이유로 금했다. 서양에서 이자를 받는 것이 합법화된 것은 개신교 신학자 캘빈이 이를 정당화하면서부터다.
절대 다수가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근대 이전 사회에서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돈이나 식량을 빌렸다가 나중에 덤까지 붙여 갚아야 하는 것은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고 그런 행위가 지탄의 대상이 됐으리라는 점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산업이 발달하고 투자와 금융이 일반화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약점을 잡고 횡포를 부리는 고리대금업자들은 존재한다. 스몰 비즈니스 업주가 많은 미주 한인 사회는 더더구나 이들이 기생할 여지가 많다.
장사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충의 하나는 급히 돈은 갖다 막아야 하는 데 끌어올 길이 없을 때다. 한인 은행이 많이 생기기는 했지만 파산을 한 적이 있거나 해서 크레딧이 나쁜 경우, 담보물이 충분치 않은 경우는 그림의떡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높은 이자를 주고라도 사채업자를 이용하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사채업자들은 융자 금액에서 우선 선이자를 떼고 거기다 융자 수수료까지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만 달러를 빌려도 실제 손에 쥐는 것은 7~8만 달러가 고작이다. 거기다 연 20%가 넘는 이자를 물어야 한다. 연체료를 비롯한 각종 페널티까지 붙으면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번 이 길로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LA에서 1만 달러를 꿔주고 60만 달러짜리 주택을 차압해 돈을 챙긴 사채업자가 법원 판결로 오히려 33만 달러를 물어주게 됐다. 이들은 연 108% 이자율로 돈을 빌려준 후 이를 갚지 못하자 담보로 잡힌 주택을 경매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리대금은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민법상 무효임으로 높은 이자를 주고 빌리더라도 갚을 의무가 없다. 단 상대방이 빚을 갚지 않는다고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하면 이는 형사범으로 기소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채무자는 빚 독촉에 지쳐 이들과 맞서 싸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이번 판결이 선량한 상인을 울리는 고리대금업자들에게 경종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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