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장의 음반을 모아놓고 고급 스테레오 시스템을 위해서라면 수천 달러씩 돈을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 음악 애호가들을 누구나 한 두명 정도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주위에서 이런 사람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한가하게 집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을 정도로 여유가 없어진 것도 한 이유겠지만 테크놀로지의 발달과 함께 생활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급 스테레오 전문 취급점이던 ‘굿 가이즈’가 지난 주로 사실상 문을 닫았다. 2003년 이 체인을 인수했던 컴프USA사는 46개 점포중 11개를 이미 폐업하고 나머지도 단 하나만을 남겨 놓은 채 없앨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전 제품시장 전체가 혹독한 가격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굿 가이즈’가 유독 어려움을 겪은 것은 비싼 스피커와 리시버 등 음향 기구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의자에 앉아 판을 걸어 놓고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젊은 층은 요즘 거의 없다. 시대의 흐름을 잘못 읽는 바람에 결국 생존 경쟁에서 지고만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간편함과 역동성을 선호하고 개인주의적인 신세대 취향을 잡아채 대 히트를 친 업체가 있다. 바로 애플이다. 1977년 애플 II와 1984년 매킨토시로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 잡은 애플사는 2001년 아이팟(iPOD)라는 휴대용 오디오 플레이어를 내놓음으로써 MP3 시장을 석권했다.
인터넷으로 자기가 듣고 싶은 노래만 다운로드 받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포터블 CD 플레이어보다 훨씬 가볍고 수백에서 수천 곡까지 저장할 수 있어 이것 하나만 있으면 사실상 음반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팟은 이미 3,000만 대가 팔려나갔는데 이런 공전의 히트에 힘입어 불과 2년전 7달러대로 추락했던 애플 주식은 요즘 55달러 선까지 치솟고 있다.
그런 애플이 최근 영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차세대 아이팟을 선보였다. 가격은 전에 나온 제품과 같으면서 더 얇고 메모리 용량은 더 크다. 스크린 크기는 2.5인치에 불과하지만 화면이 밝고 선명해 작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히트 송을 다운로드 받는 사람이 30만명 정도라면 히트 영화를 보는 사람은 3,000만 명대라며 음악과 비디오 시장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비디오는 음악과 달리 조깅을 하거나 운전을 하며 볼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앞으로의 대세는 포터블 비디오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매킨토시에서 아이팟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살펴 거기 맞는 제품을 내놓는 애플은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표본이다. ‘굿 가이즈’의 몰락과 애플의 번성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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