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민 오면서 대부분이 가졌던 생각은 “미국에 살면 영어 하나는 확실히 하게 되겠지”하는 것이었다. 이민 생활 5년, 10년, 혹은 20년이 지난 지금 ‘영어는 확실하게 한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한인타운에서 한인 직장에 다니고, 한인 교회에 나가고, 여가 시간은 한인 친척·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다 보면 20년 아니라 30년이 지나도 영어 실력은 늘 수가 없다. 얼마나 오래 미국에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일상생활이 영어권과 얼마나 긴밀하게 접촉되어 있느냐가 문제이다.
그렇다면 영어 한마디하지 않고 이민 생활하는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영어 실력은 어떨까. 미국에서 태어난다고 해서 영어를 자동적으로 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지난달 30일 도시 연구소(Urban Institute)가 발표한 미 전국 초중등 학교의 학생 구성비 변화보고서를 보면 ‘영어 미숙’학생들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2000년 센서스 기준, 프리스쿨부터 고등학교까지의 미 전국 학령기 아동은 1,080만명. 이들 중 ‘영어 미숙’으로 분류된 학생은 340만 명으로 6%를 차지했다.
‘영어 미숙’학생들 중 초등학생들을 보면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1/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민 2세나 3세, 중고등 학생들의 경우는 외국 태생이 44%, 나머지는 2세나 3세였다.
아무리 미국에서 태어나고 오래 살아도 영어권으로부터 단절된 환경에서 살면 영어를 제대로 습득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물론 3세가 되도록 ‘영어 미숙’인 학생들은 한인은 아니다. 주로 히스패닉이다. ‘영어 미숙’ 학생들 중 대부분은 히스패닉(71%)으로 대개 부모가 저 학력, 저소득층 가정 출신으로 분석되었다.
그렇다면 한인 학생들의 경우는 어떨까. 보고서는 이런 지적을 했다 - “한인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영어 미숙’비율이 높다”. 한인여성을 어머니로 둔 초등학생들 중 1/4 이 ‘영어 미숙’으로 드러났다.
LA 한인타운 내 초등학교 입학생들 중 영어를 거의 못하는 아동들이 꽤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원인을 짚어 보면 간단하다. 부모는 맞벌이하느라 바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 태어나서부터 유치원 입학 때까지 돌봐준 경우들이다.
아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는 것은 축복이다. 조부모의 풍성한 사랑으로 정서적 안정을 얻을 수 있고, 한국말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 못지 않게 필요한 것은 영어를 습득할 환경이다. 한인 부모들 눈에는 자녀가 영어를 잘 하는 것 같지만 백인 중산층 학생들과 비교하면 대개는 영어실력이 뒤진다. SAT 시험 때마다 수학 점수는 높은 데 영어점수가 낮은 것이 일반적 한인학생들의 고민이다.
언어는 환경과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잘 배울 수 있다.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저절로 영어를 잘하지는 않는다. 자녀가 어려서부터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고 영어만 쓰는 모임에 데리고 다니는 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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