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 새 뉴욕주 공립학교 내 학생 체벌이 2배 늘었다. 주 교육부에 2004년 보고된 체벌 사례는 총 4,223건. 이중 학생들을 때리는 것은 물론 한겨울에 겉옷도 없이 건물밖에 한참동안 벌을 세우거나 테이프로 입을 봉하는 등의 수위 높은 체벌도 상당수 차지한다.
뉴욕 주는 지난 1985년 이후 사실상 공립학교 내 체벌을 금지해 왔고 체벌이 가해지면 해당기관에 보고토록 되어있지만 2004년 보고된 체벌 건수의 65%는 구체적인 체벌 배경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자료조차 불충분했다. 게다가 체벌 교사에 대한 징계도 대부분 주의 수준에 그쳐 아동학대 논란까지 야기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한인이라면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도망가거나 수업시간에 떠들다가, 또는 급격한 성적 하락이나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반 전체가 책상 위에 꿇어 앉아 단체기합을 받았던 기억쯤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처럼 체벌문화와 꽤 친숙한(?) 한인들도 미국에 오고나면 혹시라도 이웃집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라도 할까봐 자녀에게 매를 드는 일에 몸을 사리고 가슴앓이만 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다보니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자라는 학생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오랜 기간 교육 분야를 담당하면서 수많은 학부모와 교사들과 접촉하다보면 문제행동을 지닌 한인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 밑에서 행동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자라다보니 영어가 미숙한 부모들을 무시하기 일쑤고 점차 삐뚤어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 물론 체벌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필요할 때 기꺼이 벌을 주는 용기도 자식 사랑이 아닐까?
미국에서는 아동의 맨몸을 때리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2세 미만인 경우 완전 금지되지만 대법원 판례에는 어떠한 종류의 체벌을 가하겠다고 미리 예고하고 체벌이 최후의 수단인 경우 등에 한해 체벌을 합법적으로 인정한 경우가 있다.
무조건 매를 들지 않거나 벌을 주지 않기보다는 체벌기준에 대해 부모가 일관성 있는 행동을 보이고, 체벌을 가한만큼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는다면 자녀들도 분명 부모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정은 뉴욕지사 취재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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