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타모니카에서 1번 고속도로(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북쪽)를 따라 말리부 비치 쪽으로 자동차를 달리게 되면 짙은 초록바다 속에서 솟구쳐 오른 거품 이는 하얀 파도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나게 된다. 한 폭의 그림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파란색 높은 하늘의 흰 구름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느 듯 훌륭한 한 폭의 그림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그 정취에 취하여 정신없이 토팽가 캐년로드를 지나다보니 작은 언덕 위에 갈대가 무리지어 피어있어 고개숙여 절하는 것을 보면서 “아, 가을이구나”하는 깨달음을 가지게 된다. 계절의 감각도 느끼지 못했던 부끄러움과 함께 새삼스러운 아름다운 감상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계절에는 많은 일을 하고 또 풍성한 것들을 기대 하여야겠다는 새로운 결심과 행복을 가지게 된다.
일찍이 베니치아 출신 신부 안토니오 비발디는 작곡, 오르간, 바이올린, 오페라, 교회 음악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도 ‘사계’라는 곡을 통해 계절의 감각을 느끼며 새로운 결단을 할 수 있도록 의미 깊은 악곡을 선사하였던 것이다. 그 중에서 특히 ‘가을’은 F 장조로서 처음에는 알레그로로 경쾌하게 시작하지만 아다지오 몰토 로 비상하다 다시 알레그로로 이어져 확신 속에서의 분명한 마음가짐과 중후한 것들을 거두게 하는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프랑스의 미술가 밀레는 ‘만종’이라는 명작을 그렸는데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두 부부가 들녘에서 고개 숙여 오늘의 삶에 감사하며 황혼을 맞이하는 추수의 기쁨의 모습을 담고 있다. 다시 내일의 풍성함을 기대하는 소망의 모습으로 이어져서 은근한 조명과 함께 어느 듯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한편 한국의 시인 김현승은 ‘가을의 기도’라는 시를 통해 우리의 마음을 깨어있게 한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이렇게 우리의 가을은 벌써 우리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고 감사하며 오늘의 현실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이 있을지라도 또 다시 열심을 내게 하며 미래를 위해 많은 것들을 소망 속에서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 우리 함께 풍성한 가을을 기대하면서 서양시인 알프레드 디 수자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란 시를 다시 생각 해 보고자 한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강영한 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