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왜 이렇게 길이 잘 뚫리지?” -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4일 아침 보너스를 받은 기분으로 출근을 했다. 가을 들어 짜증스럽게 막히던 프리웨이가 이날은 펑 뚫렸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한인 학부모들 중에는 “이 날이 무슨 날인데 학교가 쉴까”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LA 통합교육구를 비롯, 남가주의 여러 교육구들이 공휴일로 정한 이 날은 로시 하샤나, 유대인의 설날이다. 600만명이 채 못 되는 유대인들이 미국사회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하는 날이다.
유대력으로 올해는 5766년. 지난 3일 해지면서 새해로 접어들어 4일 해지기 전까지의 하루가 설날이다. 그런가 하면 이스라엘에서는 이 날이 너무 중요해서 5일 해지기 전까지의 48시간을 설날로 삼기도 한다.
유대력은 음력이어서 우리의 음력 절기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로시 하샤나가 시작된 지난 3일은 음력으로 9월 초하루이다. 마침 그 날이 우리의 개천절인 것은 묘한 우연이다. 탈무드에 의하면 로시 하샤나는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기념하는 날이다. 구체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이 인간, 즉 아담을 창조한 날로 인류의 생일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로시 하샤나는 즐거운 명절이자 하나님의 심판을 생각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참회의 날이기도 하다.
로시 하샤나의 풍습들을 보면 유대인의 정체성과 삶의 철학을 담은 상징성들이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들은 사과, 꿀, 둥근 빵, 석류, 물고기 등.
설날 유대인들은 먼저 시나고그에 가서 예배를 드린 후 집으로 돌아와 축제의 만찬을 한다. 이때 제일 먼저 먹는 것이 꿀에 찍은 사과. 사과는 유대인을 상징한다.
대부분의 과일나무들은 잎이 먼저 난 다음 열매가 열려 무성한 잎이 열매를 보호하는 데 사과나무는 과일이 먼저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고 익어 가는 사과처럼 보호막 없이 기꺼이 유대인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되새긴다.
꿀을 먹는 것은 달콤한 한해를 바라는 풍습. 꿀벌은 아프게 쏘는 침이 있는 반면 꿀을 만들어 주듯 삶도 그런 양면성이 있는데 새해는 꿀 같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기원이다. 삶이 둥글둥글 이어지기를 바라며 둥근 빵을 먹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로시 하샤나 식탁에 빠지지 않는 것은 석류. 석류에는 613개의 씨가 있는데 그 숫자는 바로 유대인들이 행해야 할 선행의 가짓수라고 한다. 석류를 먹으며 그만큼 선행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로시 하샤나의 중요한 풍습 중의 하나는 물고기가 있는 강물이나 호수에 나가 주머니 속을 털어 내는 것. 지난 한해 지은 죄를 털어 내는 정결 의식이다. 이때 물고기가 물 없이는 못살 듯 유대인은 하나님 없으면 못산다는 상징도 담고 있다고 한다.
유대인은 전통의 민족이다. 전통 하나를 붙들고 2,000년의 디아스포라를 견뎌냈다. 우리는 지금 어떤 전통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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