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 계열사인 삼성전자 하나의 순이익이 연 100억 달러가 넘고 소유 부동산 시가 총액만 18조 원으로 한국 1위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가 울면 따라 울고 웃으면 따라 웃는다. 한국은행들은 삼성전자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파생 증권 금융 상품을 일반 정기적금과 같이 안전한 것으로 선전하며 팔고 있다.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삼성은 망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그 이유다. ‘삼성 공화국’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삼성 본관 태평로 앞은 데모 무풍지대로 유명하다. 전국이 시위와 파업으로 난리통일 때도 이곳만은 조용하다. 물론 그 원인은 삼성이 국내 어느 기업보다 종업원 대우를 잘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직접적인 원인은 딴 데 있다. 회사 측이 회사 앞 시위 허가를 1년 열두 달 하루도 빠짐없이 내기 때문에 다른 단체는 할래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두 단체가 같은 곳에서 같은 시각에 동시에 집회를 열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을 악용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유능한 법조인인가를 가리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삼성에서 전화를 받느냐 못 받느냐는 것이다. ‘잘 나가는’ 판검사 치고 삼성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이 법조계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은 전에 이건희 회장이 한번 검찰에 불려가 장시간 조사를 받은 이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라”는 삼성 고위층의 지시가 있었고 그 다음부터 ‘유력 법조인 챙기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기술 혁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성공했지만 내부적으로 이재용 상무에 대한 탈법 증여, 지분을 통한 계열사 지배를 금지한 법망 빠져나가기 등 대표 기업으로서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와 시민 단체가 최근 삼성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텍사스 휴스턴의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이건희 회장의 미국 체류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공식적인 이유는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겠다는 것이지만 한국 국회가 그를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그와 함께 97년 한국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 측에 정치 자금 배달부 역할을 한 홍석현 전 주미 대사 또한 상당 기간 미국에 머물 예정이다. 본인은 스탠포드 대학 체류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한국에 서둘러 들어가고 싶지는 않은 눈치다.
한국의 선진화는 재벌 기업들의 선진화와 직결돼 있다. 한국의 재벌 기업은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했지만 공정한 경쟁이 아닌 정경 유착과 특혜를 업고 성장했다. 이런 잘못된 관행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바로 잡고 가야 한다. 두 사람 모두 하루 속히 귀국, 모든 것을 밝힘으로써 공인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보여주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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