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닥치는 자연 재해는 인류 공통의 수수께끼였다. 어제까지 맑던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고 홍수가 나 무고한 사람이 떼죽음을 당해야 하는 까닭을 놓고 옛부터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쥐어짰다.
그 결과 제일 먼저 나온 답이 ‘신의 분노’다. 다신교를 믿던 사회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신중에 선한 신도 있고 악한 신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대교나 기독교, 회교와 같이 절대 유일신을 믿는 종교에서는 이런 설명이 문제점에 부딪친다. 천재지변은 착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어째서 전지전능하고 선한 신이 선인과 악인을 함께 몰살시키는 지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딜레마를 깊게 성찰한 책 중 대표적인 것이 구약의 ‘욥기’다. 선한 욥은 하루아침에 식솔과 재산을 모두 잃고 비참한 신세로 전락하지만 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단지 그가 죽지 않고 태어난 것을 한탄하자 신은 회오리바람 속에서 나타나 “내가 천지를 창조했을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는다. 뒤늦게 욥은 인간의 작은 머리로 조물주를 판단하려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만다. 결국 세상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며 그럴 때는 믿음을 가지고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인 듯 하다.
그러나 계몽철학과 함께 ‘이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천재지변은 자연 현상이며 신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1755년 포르투갈에서 지진이 일어나 6만 명이 죽은 참사가 발생하자 볼테르는 소설 ‘깡디드’를 통해 이 세상은 “가능한 최상의 세계”가 아니며 전지전능하며 선한 신이 이런 참사를 허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제 서구에서는 유신론자들도 자연 재해가 신의 징벌이라는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테러리스트 자르카위가 카트리나는 “알라 신이 미국에 내린 벌”이라는 주장을 폈다.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고 있는 자들이 아직도 얼마나 중세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허리케인이 미국을 겨냥한 알라의 징벌이라면 걸핏하면 이라크와 이란, 터키와 인도네시아를 뒤흔드는 지진은 누구를 벌주려는 것일까.
재난의 발생과는 달리 그 복구는 물론 인간의 책임이다. 늑장대응을 했다는 이유로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치도곤을 맞아온 부시 대통령이 마침내 책임을 통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늑장대응은 물론 잘못이지만 그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부시 혼자 만일까. 또 여러 비판 중에는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일부러 유색인종을 골탕 먹이기 위해 늦게 출동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것도 있다. 천재지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신속히 이뤄진 경우보다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 경우도 피해자가 대부분 흑인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뿐이 아닐까.
‘성공은 아버지가 많지만 실패는 고아’라는 속담도 있다. 문제점은 밝혀내야 하지만 이제 와서 서로를 손가락질하며 싸우는 것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단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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