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민들처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고래가 길을 잘못 들어 해변으로 올라오면 온 주민들이 바다로 돌려보내기 위해 북새통이고 강에 빠진 개 한 마리를 구하기 위해 헬리콥터가 뜬다. 언론도 이에 장단을 맞춰 이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구조 장면을 생중계 한다.
미국 전체 가정의 2/3가 애완 동물을 기르고 있다. 이에 쏟아 붇는 돈만 연 350억 달러로 이는 이집트와 남아공화국을 제외한 아프리카 전체 GDP와 맞먹는 숫자다.
미국인들의 동물 애호 풍조에 힘입어 동물을 돌봐 주는 비즈니스는 날로 번창하고 있다. 추운 지역에 사는 애완 동물을 위한 가짜 밍크 코트부터 낮잠용 침대, 향수는 물론 목욕과 함께 털을 다듬고 발톱을 깎아주는 동물 미용실, 자동 칫솔, 수세식 자동 화장실, 스파, 마사지 서비스 등 그야말로 인간 못지 않게 호강을 하고 사는 것이 미국의 애완 동물들이다.
이런 미국인들의 동물 사랑은 이번 카트리나 대참사에서도 유감 없이 발휘됐다. 도시 대부분이 물에 잠기고 수 천명이 사망한 채 시신도 추스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동물 구조대를 조직해 길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개와 고양이들을 거두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한 구조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5만 마리의 애완 동물이 집에 갇혀 있으며 조속한 시일내 이들을 구해내지 못하면 모두 떼죽음을 당하게 될 처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해안 경비대와 주 방위군이 꺼내만 주면 나머지 돌보는 일은 자신들이 떠맡겠다는 것이 구조대원들의 얘기다.
“사람 돌보기도 힘든 판에 무슨 동물 걱정까지 하느냐”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이들과 애완 동물 주인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시 당국의 대피 명령에도 불구하고 많은 뉴올리언스 시민들이 집에 남아 있는데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가 정든 동물들을 버리고 나만 살기 위해 집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사람과 동물이 함께 기거할 수 있는 피난처 마련에 힘쓰고 있으며 웹사이트를 통해 집 잃은 동물 주인 찾아주기, 동물 구호품 마련을 위한 헌금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동물들을 안은 피난민이 몰려오자 워싱턴 DC에서는 무기고를 열어 임시 대피소로 개조하고 이들이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한국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일부 동물들은 이번 사태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밥을 줘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동물들도 사람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나 보다.
전문가들은 하루 아침과 집과 직장을 잃고 충격에 빠진 이재민들에게 정을 함께 나눠온 애완 동물들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상실감을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애완 동물이 있는 가정의 정신 질환 발병률이 없는 집보다 낮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고 밝혔다. 어찌 됐든 하루 빨리 상황이 안정돼 동물과 주인 모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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