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에서 여론조사를 통해 가장 존경받는 여성 10명을 선정한 기사를 읽었다. 그 조사에서 1위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10위인 끝자락에는 김활란 박사가 뽑혔다.
과거 박정희 독재정권은 참으로 암담한 시대였다. 우리가 추구하던 민주주의는 사라지고, 경제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군사독재를 정당화하며 인간의 기본 권리와 자유를 박탈한 시대였다. 그 때문에 수많은 양심적 시민들이 고통을 당하였고 젊은 청년들의 생명이 희생당해야만 했다.
글로벌시대의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금에 와서 그 독재자를 그리워하며 또한 독재자의 딸을 꿩 대신 닭이라는 대리심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제일 야당 대표로 추대하였는 지 모르겠다.
자신의 자질과 애국애족의 신념과 능력보다는 박정희 독재에 대한 향수의 발로로 정치 지도자가 된 그가 어떻게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여성 1위에 오를 수 있는 지 묻고 싶다.
한국 국민의 의식수준을 의심하게 한다. 과거를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의 민족성 때문일까, 아니면 정이 많아서 그냥 잊고 덮어주자는 국민성 때문일까. 독재적 정치 환경에 익숙해진 한국민은 배고픈 자유보다는 배부른 구속이 좋다고 생각하도록 길들여져 있는지 모를 일이다.
상당히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인사들마저도 박정희를 찬양하고 그리워하면서 이를 비판이라도 할라치면 배고픔을 몰랐던 세대라고 몰아 부치곤 한다.
코끼리와 벼룩 길들이기라는 것이 있다. 어느 선까지 계속 훈련을 시키면 그 선을 넘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잃고 그 테두리 안에서만 뛰거나 움직이려 한다는 동물 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이다.
인간도 어느 정도는 이처럼 사고와 행동양식에 훈련되어지면 그 테두리 밖으로 움직이거나 뛰어오르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나는 한국국민에게 묻고 싶다. 박근혜 대표가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무엇을 했기에 대한민국 의 존경받는 여성 1위를 차지한단 말인가. 반면 우리나라 여성교육의 선구자였던 김활란 박사가 10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가 없다.
군사독재 정권의 우두머리를 아직도 찬양하고 그의 후손들을 정치일선에서 뛰게 하는 것은 올바른 가치관과 역사인식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른 역사의식이 뿌리 내릴 때 대한민국은 21세기 세계열강의 대열에서 당당히 살아가게 될 것이다.
김순애
소설가
soonae5477@yahoo.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