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는 특이한 도시다. 분명히 미국이지만 도시 전체 분위기는 유럽쪽에 가깝다. 완전히 유럽도 아니다. 카리브 해의 바다 내음과 아프리카 밀림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인과 프랑스인, 영국인, 이탈리아인들이 모두 이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살았을 뿐 아니라 이곳은 한 때 미국 최대의 노예 무역항이기도 했다.
이런 잡동사니 문화가 한데 어울려 만들어진 재즈의 탄생지인 뉴올리언스는 케이전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온갖 향료로 맛을 내고 매콤한 것이 특징인 이 동네 음식은 한국 사람 입맛에 특히 잘 맞는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못하는 곳이 없다. 하다 못해 버거 킹 같은 패스트푸드 음식점도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햄버거를 선사한다.
관광 중심지인 프렌치 쿼터를 관통하는 버번 스트릿을 따라 걷노라면 모든 것이 느리다. 사방에 널려 있는 스탠드 바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재즈의 음률부터 사람들의 말투와 동작에 이르기까지. 왜 이 도시의 별명이 ‘빅 이지’(Big Easy)이며 모토가 “좋은 시절 가게 두라”(Let the good times roll)인지 알 수 있다.
뉴올리언스의 관광명소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 유별난 것의 하나가 묘지다. 이곳 역사를 제대로 알려면 묘지 관광을 하라는 게 가이드들의 조언이다. 체스 챔피언 폴 모피나 부두(voodoo)의 여왕 마리 라보의 무덤에는 관광객이 그치지 않는다. 서아프리카와 카리브해 토속 신앙과 가톨릭 의식이 혼합된 부두도 뉴올리언스 특유의 구경거리다.
이곳 묘지의 특징은 관을 땅에 묻지 않고 스탠드를 세워 그 위에 놓는 것이다. 워낙 홍수가 잦아 관이 떠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 한다. 뉴올리언스는 미시시피 강과 폰차트레인 호수 사이에 있는 해수면보다 낮은 땅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비가 많이 오면 시도 때도 없이 물난리에 시달려야 한다.
이번에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나가면서 둑이 터져 도시의 80%가 물에 잠기고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모양이다. 재산 피해도 250억 달러로 사상 최대라고 한다. 아마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자연 재해의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시내 곳곳에서는 약탈이 진행되고 음식과 식수가 떨어진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고통에 견디다 못한 이들은 자살을 하는 등 ‘빅 이지’가 ‘빅 하드’로 바뀐 느낌이다. 시 정부도 딴 도시로 대피하고 정상적으로 복구가 언제 될지 아무도 기약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인들도 하루아침에 집과 생활터전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은 이들 주민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 같다.
일부에서는 “뉴올리언스는 이제 끝났다”는 말도 나오고 있는 모양이지만 ‘빅 이지’는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 지난 수백 년 간 이런 정도의 물난리는 수없이 겪었기 때문이다. 복구가 이뤄지면 더 늦기 전에 ‘미국에 사는 한 한번은 꼭 봐야할 도시’ 뉴올리언스 관광을 다녀오는 것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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