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농촌 진흥청이 ‘말하는 화분’을 개발했다는 발표가 몇 달 전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지만 특히 화초는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정성스럽게 물주고 비료 주는 주인을 만나면 탐스럽게 쑥쑥 자라지만, 1주일, 2주일이 가도록 물 한번 주지 않는 무심한 주인을 만나면 얼마 못 가서 시들어 죽고 만다.
‘말하는 화분’은 이런 무책임한 주인들의 주의를 환기시켜주기 위한 첨단 기술이다. 토양 내 수분 함량 측정 장치, 빛과 온도·습도 감지장치, 소리·진동 감지장치 등을 통해 식물의 필요를 ‘사람의 말’로 반응하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수분이 부족하면 “물 좀 줘”라고 하고, 물을 주고 나면 “물을 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나오며, 실내 온도가 너무 높으면 “너무 더워”라고 투정을 부린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잎사귀나 줄기를 잡아당기면 “아프다”고 화를 내고, 밤이 되면 “내일 봐”라고 인사를 하며, “나는 *** 화분입니다”라고 자기 소개도 한다니, 신기하기도 하지만, 집안에 화분이 많으면 시끄럽기도 할 것 같다.
식물은 철저하게 피동적인 존재이다. 몸을 움직여 이동할 수도, 소리로 의사를 표현할 수도 없다. 그저 거기에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개인이나 조직이 자리만 차지하고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면 ‘식물’이라는 레이블이 붙는다.
대뇌 손상으로 호흡, 소화, 배설 등의 기본적 기능만 유지될 뿐 의식도 없고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를 ‘식물 인간’이라고 부르고, 국회의원들은 있어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면 ‘식물 국회’라는 비아냥을 듣는다.
최근에는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식물’ 대열에 자진해서 들어갔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 대통령은 “차라리 ‘식물 대통령’이라도 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대 연정 제안’‘과거사 정리 발언’등에 대한 국민이나 야당의 반응이 너무 기대에 어긋나자 답답한 심경을 그렇게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식물은 정말로 우리가 단정하듯 의식도 없고 생각도 없을까. 식물학자들은 아니라고 한다. 식물도 지능이 있다는 주장이다. 방식이 동물과 다를 뿐, 나름대로 생각하고 의사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벌레가 잎사귀를 마구 갉아먹으면 많은 식물들은 보복을 한다. 소화 방해물질을 분비해서 벌레들이 배탈이 나게 만든다. 동시에 특정 화학물질을 공기 중으로 퍼트려 이웃의 식물들에게 “벌레가 왔으니 소화방해 물질을 내보내라”는 경보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가뭄이 들 때 식물들은 땅속 수십 m 까지 뿌리를 내려 물을 찾는 데, 이것은 동물들이 물을 찾아 지상에서 이동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다는 주장이다.
식물은 아무 것도 못하는 무력한 존재라는 생각은 우리의 잘못된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식물 인간’‘식물 국회’‘식물 대통령’… ‘식물’군단의 명칭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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