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투명한 개미들이 쏟아진다
머리에 개미의 발톱이 박힌다
투명한 개미들이 투명한 다리로 내 몸에 구멍을 뚫는다
마구 뚫는다
그를 떠밀면 떠밀수록 그는 나를 둘러싸고 오히려 나를 결박한다
내 심장의 화면에 투명한 글자들이 새겨진다
나는 해독하지 못한다
글자들이 이어져 어떤 파장을 그린다
새겨진다
하느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못 알아듣겠어요
이 전깃줄은 물이잖아요?
김혜순(1955~ ) ‘비’전문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비는 머리를 적시고 온몸을 적신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 피할 수 없고 거부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가슴에 차오르고 있다. 이렇게 안팎으로 점령을 당하고 있는 화자는 엉뚱하게도“이 전깃줄은 물이잖아요?”라고 대들어 본다. 전화선이 아닌 물줄기로 말을 거는 하나님, 도대체 지금 무엇을 원하고 계시는 거냐며 사뭇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투로 시치미를 뗀다. 이런 깊이의 시가 이렇게 신선하고 재미있게도 쓰여 질 수 있다니!
문인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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