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교육재단 분규가 걷잡을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관 논의로 보였다. 그러던 것이 자리다툼으로 비치더니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면서 LA 한인사회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영사관이 한인단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어지럽다. 아이들이 신문을 볼까 두렵다. 한 편은 남가주 교육계를 대표하는 한인사회의 어른들이다. 다른 한 편은 한국 정부를 대표한 교육원이다. 이런 그들이 진흙탕 싸움의 추한 모습을 드러내기를 수개월, 이제는 자제능력조차 상실한 것 같이 보여서다.
지난 24일 양측이 각각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도 그렇다. 영사관을 비방하는 정체불명의 투서 한 장에 영사관은 몹시 흔들린 것 같다. 또 백기덕 이사장측 이사들은 그들대로 계속 불만이다. 그 결과 이날 기자회견은 합의 가능성이 큰 조영근 이사장의 중재안을 저마다 거부하는 이상한 모양새로 이루어졌다. 분규가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이다. 이사선임 관련 일부 조항에 불복해 합의 취소를 요구한 백기덕 이사장 측 일부 인사들의 행동은 결코 이성적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 교육원측도 마찬가지다. 조 이사장에게 중재를 부탁하고서는 그가 마련한 일부 합의조항에 토를 달면서 머뭇거린다. 또 ‘본국 정부의 의지’를 핑계로 소송 철회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마치 소송을 채찍으로 사용해 협상을 하겠다는 말 같이도 들린다.
한심한 착상으로 당초 소송을 제기한 것부터가 잘못이다. 명색이 교육기관이다. 또 ‘교민 봉사’가 주업무다. 그런 교육원, 영사관이 대화를 뒤로하고 소송을 제기한다. 소송에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가 된다. 게다가 좋지 못한 전례만 남기게 된다. 벌써부터 여론이 비등하다. 교육원측 임명 이사들도 소송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 기관 파견목적은 봉사이지, 군림이 아니라는 여론에 영사관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본국 정부의 굽히지 않는 소송의지’ 문제도 그렇다. 이런 경우 현지의 여론을 본부에 정확히 보고하고 수습방안을 적극 건의해야 하는 게 영사관의 자세이고 임무다. 그런데도 ‘본국정부의 의지’만 핑계 댄다. 행정편의주의에 사로잡힌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더 심하게 말하면 평소 LA 한인사회를 경시해온 데서 나온 감정적 대응으로 보인다.
영사관이 먼저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 동시에 백 이사장은 물러나야 한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그게 분규해결의 수순이다. 그리고 공개된 여론 검증과정을 거쳐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어른들의 명분 없는 싸움으로 뿌리교육이 실종된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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