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니까 사람들이 한국말을 정말 잘하더군요”
UCLA의 한 한인 교수가 여름방학 동안 학회에 참석하느라 한국에 다녀와서 이런 감탄을 했다. 한국사람들이 한국말을 잘 하는 건 당연한 일인데도 그가 감탄을 한 것은 미국에 사는 우리 한인들과 비교가 된 때문이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어휘력이며 표현력이 뛰어나요. 같은 한국말을 하면서 은근히 샘이 나더군요. 그래서 ‘나도 한 나라 말만 쓰면 저렇게 할 수 있어’하고 스스로 위안을 했지요”
미국이라는 다른 언어권에 와서 살면서 이민자들은 이중 언어의 환경에 자연스럽게 던져진다. 그래서 이상적이기는 두 언어를 모두 완벽하게 잘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영어도, 한국어도 완벽하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가 대부분이다.
우선 LA, 뉴욕 등 한인 밀집 지역에서 한인 직장에 다니거나, 한인 상대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국 비디오 시청을 오락으로 삼고, 한인 교회에 나가면 영어실력이 늘 가능성은 정말 없다. 언어란 쓸수록, 자극을 받을수록 느는 법인데 삶의 환경이 영어권으로부터 너무 격리되어 있다.
유학생 남편을 따라 남가주에 와서 생활한 지 3년이 되는 한 여성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처음 미국에 올 때는 몇년만 지나면 영어 하나는 유창하게 하겠구나 생각했지요. 그런데 지나며 보니 영어를 쓸 기회가 너무 없어요. 주로 한국 유학생 가족들끼리 어울려 사니까 느는 건 한국말뿐이에요”
그래서 영어실력은 날로 퇴보하는데 그렇다고 한국어 실력이 뛰어난 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의사소통의 수준일 뿐 한국어로 풍성한 언어적 자극을 받기에 이곳 환경은 제한되어 있다.
우선은 말이 너무 구식이라는 지적이다. 한국 방문중 친구들을 만났더니 “이승만 시대 한국말을 쓴다”고 놀림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다.
한국사회가 워낙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의식구조, 언어 표현도 계속 바뀌는데 미주 한인들은 70년대, 80년대 이민 올 당시의 한국말을 그대로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어권에서 생활하는 한인들은 어떨까. 미국 직장에서 수십년 일해도 이민 1세들에게 언어는 여전히 정복이 어려운 장벽이다. 월요일마다 영어가 잘 안 된다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 내내 한인들과 어울리며 한국말을 쓰고 나면 영어가 금방 서먹해지는 것이다.
1.5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1.5세의 한 한인 변호사는 한국 기업들을 대표할 만큼 완벽한 이중언어 구사자 이지만 재판이 있을 때면 한국말을 듣지도 않고 쓰지도 않는다.
“한국어 방송을 안 듣는 것은 물론 한인타운 근처에도 가지 않아요.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하다보면 아무래도 영어에 지장이 있어요”
이중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영어를 못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나태이다. 외국어 공부는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인사회에 영어 공부 붐이 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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