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포커스] 일요일 일요일 밤에
한국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의 대명사인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아래 일밤)가 21일 두 가지 새 메뉴를 시청자에게 내밀었다. ‘미스터 요리왕’과 ‘추격남녀’가 그것으로 한자릿수 시청률의 늪에서 헤매온 ‘일밤’의 부활을 겨냥해 신고식을 치렀다.
일단 호기심을 자극해서일까. 시청률은 소폭 올랐다. 8.6%(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여전히 10%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전주 대비 2.1 포인트 상승 곡선을 탔다.
그러나 ‘일밤’의 신 메뉴를 맛 본 기분은 개운치 않다. 한국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의 탈출구가 과연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만 잔뜩 생겼기 때문이다.
‘미스터 요리왕’과 ‘추격남녀’는 MBC 예능국의 경력 3,4년차 유망주 PD들이 연출 데뷔작으로 내놓은 새 코너들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버라이어티 장르가 개척할 새로운 영역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회의론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두 코너가 아주 특별하고 참신한 무엇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미스터…’ 등 새 코너 산만한 내용 ‘눈살’
제작진 교체 불구 버라이어티쇼 한계 여전
‘신선한 피’ 같은 제작진을 수혈했다고 해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잘 하면 본전을 찾고, 못하면 몰매를 맞기 일쑤인 데다 공익성을 가미해야 그나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국 오락프로그램의 팍팍한 풍토에서 창의적인 실험과 도발을 감행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미스터 요리왕’과 ‘추격남녀’는 ‘참고와 가공, 그리고 청출어람’이라는 여러 오락프로그램의 생산 과정 및 노선을 따른 것처럼 보인다. 다시말해 국내 오락프로그램의 오랜 교과서 역을 담당해온 일본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의 특징을 일부분 참고하고, 나름대로 첨가와 각색으로 재창조해 원본 보다 더 나은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게스트를 초대해놓고 남성 출연진이 요리 대결을 벌인다는 구성의 ‘미스터 요리왕’은 일본 후지TV의 ‘SMAP X SMAP’의 ‘비스트로 스맙’코너, 서바이벌 추격 게임의 형식을 띤 ‘추격남녀’는 일본 니혼TV의 ‘철완대쉬’을 떠올리게 만드는 구석이 없지 않다. 방송전부터 ‘표절’이라는 살벌하고 섣부른 의혹도 받았고, 방송후에도 일본 프로그램을 언급하는 의견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터져나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부 포맷만 유사할 뿐 나름의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 모양새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사실 방송한 지 10년이나 지난 일본의 인기프로瀏??그대로 따라 할 만큼 무지한 제작진은 업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표절 여부가 아니라 가공의 자세다. ‘미스터 요리왕’의 경우 고정멤버인 일본의 인기그룹 SMAP과 1~2명의 게스트, 그리고 요리와 토크라는 간결한 형식의 ‘비스트로 스맙’에 비해 게임캐스터를 투입하는 등 활발하고 다채로운 형식으로 새로움을 시도했다.
그런데 첫 회여서 빚어질 수 있는 구성의 촘촘하지 않음, 산만함 등은 둘째치더라도 기본적인 목표와 의도조차 전달하지 못했다. ‘미스터 요리왕’에서 요리와 음식은 놀고 장난을 치기 위한 소도구로 비쳐졌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요리왕’을 뽑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허탈함을 안겼다.
’비스트로 스맙’은 일본 최고의 스타인 스맙 멤버들이 요리사로 변신해 전문가 뺨치게 정교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게스트를 위해 극진히 대접하는 과정에서 예의, 멋, 정보 등이 어우러진 재미를 준다. 반면, 한국의 ‘미스터 요리왕’은 핵심 소재는 무례하게 팽개친 채 스타의 장난과 얕은 재치에서 재미를 찾았다.
새로운 무엇도 찾기 힘들고, ‘청출어람’은 커녕 알맹이를 뺀 가공물을 감상해야 하는 버라이어티프로그램의 현주소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조재원기자 mii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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