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주부>
따르릉, 따르릉, 깊은 밤중에 울려 퍼지는 전화 벨 소리는 좋은 소식 보다는 불길한 예감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Hello!” 잠에 취한채 응답하니
“Hi, 엄마” 작은 아들의 음성이다.
“아이구,형진이?” 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난다. 지구의 반대쪽, 전쟁터 이락에서 걸려온 작은 아들의 첫번째 전화는 이렇게 반가움과 안도의 순간이다. 시계가 새벽 3시를 가리키는데 그곳은 오후 1시란다.
어떻게 지내니, 음식은 어떻고, 날씨는 얼마나 더운데, 위험하지는 않니?. 한국 말이 서툰 그아이에게 두서없이 묻는 엄마와는 반대로 침착한 어조로 일일히 대답하며 안심시키는 아들 아이가 대견 스럽기 까지 하다.
2년 전부터 캘리포니아 내셔널 가-드에 입단해서 제 임무에 충실하다가 상부의 지시에 의해 지난 부활절에 이락으로 떠난 아들이다.
TV 뉴-스를 통해 이락의 참상을 전해 들으며 그 머나먼 타국 국경없는 전선에서 귀중한 목숨을 잃어간다는 보도를 대할적마다 안타까운 심정일뿐 내 자식들과는 상관없는 일로 여겨 왔는데 막상 그 아이가 그곳으로 떠나고 나니 TV 뉴-스에 귀 기우리며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도하곤 한다.
시대 흐름의 구조상 TV와 컴퓨터의 보급이 홍수를 이루어 혼자 즐기는 시간이 길어 지면서 친구들과의 사귐도 없이 운동마저도 혼자 타는 자전거로 족하던 아이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만의 아성을 쌓아가며 타인의 의견이나 협조에 불응하는 옹고집으로 되어 갔다. 제 주장대로만 행동하는 것이나 불만에 찬 표정으로 마지못해 직장에 출근하는모습에 우리 부부는 야단도 쳐보고 사정도 하며 그 아이의 밝고 미소띤 얼굴을 기대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렇게 성의 없이 다니던 직장에 흥미를 잃었는지 제 스스로 내쇼날 가-드에 지원하고 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그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고 부지런 해졌으며 한달이 멀다하고 먼 타주로 훈련이나 출장등 바쁘고 활기에찬 모습을 대할적마다 괜한 기우였음을 부끄러워 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지만 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기리는 부활절에 이락행 비행기에 오른 아들은 지금까지의 무미 건조한 생활을 탈피하고 아무런 보호막 없는 위험속에서도 참고 견디는 지혜와 용기를 터득하여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오늘도 e-메일로 보내온 군복입은 그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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