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다”는 말이 있지만 요새는 “자고 일어나 보니 또 올랐다”는 말이 더 유행이다. 기름 값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주 개스 값은 15년래 최대 폭으로 상승, 갤런 당 2달러 55센트로 치솟았다. 이는 전국 평균이고 가주의 경우는 이미 3달러 선을 넘은 곳도 있다.
이처럼 개스 값이 비싼 이유는 다 알다시피 원유 값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4년 전 배럴 당 16 달러 하던 유가는 올 초 40달러 선을 넘더니 어느새 50달러와 60달러를 지나 7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기름 값의 끝없는 고공 행진이 계속되자 미 주요 신문들은 17일 ‘고유가가 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한번 주유소에 갈 때마다 50~60달러씩 생돈을 써야 하는 소비자들이 드디어 지출을 줄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 최대 소매 체인인 월마트는 이로 인해 지난 분기 수익이 4년래 최저 속도로 증가했다. 델타와 유나이티드, 컨티넨털 항공사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국내선 요금을 올렸음에도 일부는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상 유래 없는 폭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국 경제는 그런 대로 잘 버텨온 셈이다. 그 까닭은 뭘까. 70년대 두 차례 유가 파동에 워낙 혼이 난 탓에 에너지 절약 테크놀로지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전에 쓰던 에너지의 절반이면 이제는 같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또 그렇게 올랐어도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적인 기름 값은 80년대 초보다 싸다. 일부에서는 아직도 미국의 기름 값은 유럽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교통 체증을 줄이고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올라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솟는 기름 값은 직장인의 표정을 양분시켜 놨다. 제일 고통스러운 것은 멀리 출퇴근하며 SUV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갤런 당 10마일밖에 못 가는 대형 SUV를 타고 30마일 거리를 출퇴근하는 사람의 경우 요즘은 하루 기름 값만 15달러 이상이 든다. 온갖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대형 SUV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반면 직장 가까이 살며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아무리 기름 값이 올라도 걱정이 없다. 전기 개스 겸용 하이브리드 차 중 대표격인 도요타의 프리우스 같은 것은 수천 달러의 프리미엄을 줘도 몇 달 씩 기다려야 탈 수 있다. 갤런 당 60마일씩 가기 때문에 웃돈을 얹어 줘도 기름 값을 감안하면 남는다는 계산이다.
소비자들의 학수고대에도 불구하고 기름 값이 언제 내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100달러 선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이 또한 별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찌됐든 지금 각자가 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차를 타지말고 가급적 연비가 높은 차를 선택하는 것말고는 없다. 그것이 소비를 줄여 개스 값을 낮추는 길이기도 하다. 기름을 아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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