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중국 단동으로 돌아온 다음날인 7월3일은 일요일이었다.
정성철 목사는 사랑선교회가 지원하고 있는 단동평화교회에서 방북 보고회를 겸한 대예배 설교를 했다. 북한 복음화와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일에 조선족이 나서야 한다는 요지였다.
사랑선교회 방북단에 끼었던 한영국 집사(32)는 단동평화교회를 출석하고 있다. 전에 북한을 상대로 무역업에 종사한 경험이 있어 북한 여행에서 큰 도움을 줬다. 평양 방문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것은 채 2년이 안됐지만 누구보다 신실한 믿음을 가지고 평화교회에서 충성된 일꾼으로 봉사하고 있다.
그는 아직 평신도 신분임에도 목사 못지 않은 역할을 감당한다. 평화교회 이해룡 목사가 단동에서 버스로 40여분 떨어진 ‘오룡배’란 지역에 개척해 놓은 처소교회를 현재 맡아 목회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아침 그는 설교를 준비해 그 곳으로 간다.
이 목사 누님의 집에서 매주 열리는 예배에는 10명 남짓한 노인들이 모인다. 반주자나 피아노가 있을리 없어 가라오께 자동 반주기를 사용한다.
한 집사는 이날 사도행전 3장 1절부터 10절까지의 말씀에 나오는 성전 앞 앉은뱅이 예화를 들어 설교했다.
‘성전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하기 위해 날마다 성전 문에 앉아 있는 앉은뱅이, 베드로와 요한에게 무엇을 얻을까 하여 바라보는 앉은뱅이...’
그에게 베드로가 말했다.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걸으라” (6절)
한 집사는 “조선족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해줄 것이 많지 않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그들을 측은히 여기고 도와주어야 한다. 베드로가 명령한 후 앉은뱅이의 오른 손을 잡아 일으키니 그가 뛰어 서서 걸으며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미한 것처럼 북한 주민들도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워싱턴으로 돌아온 정성철 목사는 후원자 모집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새벽마다 교회를 찾아다니며 한인 목회자들을 설득했다.
한인들을 대상으로 방북 보고회를 열어 2차 방북단에 합류할 지원자도 모집했다.
결과는 ‘실망적’ 이었다. 보고회에 대한 관심이 의외로 적었고 후원자로 나서는 한인이나 교회도 기대만큼 많지 않았다. 정 목사는 “북한을 가기 전에는 여기 저기서 돕겠다며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는데 정작 빵공장 건립 계획이 성사된 후 오히려 교계나 한인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당혹스러움을 솔직히 토로했다.
사실 북한주민 지원 사업이란 전인미답의 땅을 밟는 것처럼 불확실한 일 투성이다. 사랑선교회 사업이 계획 대로 일이 돼갈 것이라는 확신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인사회의 차가운 반응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사랑선교회의 북한 입국과 빵공장 설립 합의 과정 자체가 그 점을 잘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사랑선교회는 북한 어린이를 위한 빵공장 건립 사업을 누군가 해야하고 또 옳은 일이라면 모든 것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난 4일 중국 심양으로 떠난 정성철 목사는 조선족 제빵 기술자, 한영국 집사와 함께 중순경 평양을 다시 방문해 기계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며 이 기간중 신용진 목사 등 미 연합감리교단 소속 목회자들과 처소교회를 돌아보는 기회도 갖는다.
<끝>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