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으로 처음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은 유길준이다. 1883년 27살의 나이로 매사추세츠 세일럼에 와 피바디 박물관장인 모스의 개인지도를 받았으며 후에 더머 고등학교에서 공부했다. 그가 살던 세일럼의 에섹스 피바디 박물관에는 2003년 9월 유길준 기념관이 문을 열어 그의 유품 7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미국 박물관에 한국인 이름을 딴 기념관은 이것이 처음이다.
유길준은 이외에도 여러 ‘최초‘ 기록을 갖고 있다. 그는 최초의 일본 유학생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각국을 순방하고 돌아온 첫 한국인이었다. 그가 한국에 돌아와 연금 중 집필한 ‘서유견문’은 한국인이 서양을 소개한 첫번째 저작이기도 하다.
1882년 조선이 서양 여러 나라 중 미국과 처음으로 수교한 이래 그를 비롯한 미국 유학생들은 한국 역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가장 뛰어난 독립 운동가의 하나인 안창호나 초대 한국 대통령 이승만 모두 미국 유학생 출신이다. 한국이 해방된 후에도 미국 유학의 물결은 그치지 않았으며 이들은 각 분야에서 한국 근대화의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외국 여행이 자유화된 80년대 후반까지 이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러다 한국 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90년대 들어 유학생 행렬이 봇물을 이뤄 수만을 헤아리기에 이르렀다. 97년 IMF 사태가 터지자 단순 유학생뿐 아니라 학생 비자로 미국에 와 뭘 해 보려는 사람부터 최근 조기 교육 열풍을 타고 어학 연수, 단기 연수 등 각종 명목으로 미국 땅을 밟는 사람까지 유학생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연방 정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미국 내 한국인 유학생 수는 7만3,272명으로 전 세계 유학생 중 1위로 나타났다. 불과 수년 전까지 중국이나 인도, 일본 다음으로 3~4위 수준에 머물렀었는데 어느 틈에 1등이 된 것이다. 이들 나라 인구가 한국의 두 배에서 20배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한국 유학생은 단순 학생 수뿐만 아니라 유학생 동반가족(F-2/M-2비자 소지자)수에서도 단연 1위인 것도 눈길을 끈다. 역시 작년 말 현재 한국 유학생 동반 가족 수는 1만9,274명으로 2위인 인도의 3,004명보다 무려 6배 이상 많았다.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한국 학생은 가족과 함께 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셈이다. 최근 한국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에 오려는 분위기가 뜨거운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는 미국을 깎아내려야 식자층에 속하고 미국의 장점을 배우자면 매국노로 지탄받는 이상한 풍조가 퍼져 있다. 한마디로 소아병적 발상이다. 미국은 현재 정치 제도나 경제·군사력, 과학과 첨단 테크놀로지 등 각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비굴할 필요도 없지만 다른 나라의 잘된 점을 제대로 익혀 한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이 비난받아야 할 까닭이 없다. 수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미국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 가 한국에 전달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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