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지문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류가 알아낸 것은 오래된다. 고대 바빌론과 중국에서는 계약서에 지문을 찍는 것으로 서명을 대신했다.
그러나 지문이 범인을 잡는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최근이다. 1880년 일본에서 근무 중이던 헨리 폴즈 박사가 과학 잡지 ‘자연’에서 지문을 신분 확인의 수단으로 사용할 것을 처음 제안했다. 비슷한 시기에 마크 트웨인이 쓴 ‘미시시피에서의 생활’을 보면 지문을 이용해 살인범을 잡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여러 주장을 종합해 지문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을 세운 사람은 찰스 다윈의 사촌 프랜시스 골튼이다. 그는 지문은 사람마다 다르면서 평생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분류했다. 현재 사법당국이 사용하고 있는 지문 시스템은 그가 이룩해놓은 것이다.
지문은 범죄자를 잡는데 공을 세웠지만 단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채취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흔적을 남기더라도 잘 파손된다.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상식처럼 된 요즘에는 더욱 그렇다. 또 패턴이 비슷할 경우 범인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이런 문제점을 말끔히 해소한 것이 DNA 지문이다. 인간의 세포 속에 들어 있는 DNA는 현존하는 사람은 물론 태초부터 지금까지 지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마다 다르다. 지문처럼 쉽게 사라지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샘플만 검출되면 정확도가 100%에 가깝다. 초기에는 변호사들이 그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갖은 이론을 다 내왔으나 이제는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지문과 마찬가지로 DNA를 범인 색출 도구로 처음 이용한 것은 영국이다. 1986년 라이세스터셔의 엔더비 살인 사건에서 처음으로 DNA 지문이 법정에 등장했다. 그 후 DNA 감식법은 많은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강간범 검거다. 머리카락 한 올, 땀 한 방울만으로도 충분한 DNA를 검출해낼 수 있다. 피해자의 몸 안에 증거를 남기는 강간은 DNA 지문을 범죄 현장에 마구 찍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해부터 한인 등 최소 13명의 여성을 연쇄 성폭행한 뒤 금품까지 강탈한 ‘코리아타운 강간범’이 마침내 검거됐다. LAPD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9일 새벽 한인타운 한 아파트에서 검거된 타이리스 라말 리드(29)가 범인이라고 발표했다. 그가 범인임이 확인된 것은 그의 DNA가 피해 여성 6명에게서 채취된 것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는 18개의 성범죄 및 강도 혐의가 적용돼 수감중인데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최소 150년에서 최고 6번의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DNA 테스트 결과를 보면 그가 살아 생전 감옥 밖으로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DNA 테스팅이 확립된 요즘 강간은 추악하면서도 어리석은 범죄다. 더 이상 제2의 리드가 나오지 않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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