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워싱턴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대회가 열렸다. 프리덤 하우스 주최, CNKR(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회의장에 도착하니 1,000명이 훨씬 넘는 참석자로 꽉 차 있었다. 그런데 태반이 외국인들이어서 깜짝 놀랐다. 주로 우리 동포들의 문제를 거론하는데 외국인들이 이토록 많이 참여한 것을 보고 그들의 높은 의식수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현대는 과학이 판을 치고 감성이 고갈된 세상인데 휴머니즘이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어 흐뭇했다. 단체로는 린치버그의 뜻 있는 교인들이 대거 참여해 봉사하고 있었다. 특히 수많은 청소년들이 참석하여 수속절차를 돕고,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동반해 앞날에 서광이 비치는 것 같아 마음 든든했다.
연사로는 미국을 비롯해 한국 중국 독일 러시아의 고위층 관계자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도 우리는 강철환 씨의 진술과 주장에 많은 귀를 기울였다. 그는 몇 년 전 역시 북에서 탈출한 이순옥 씨와 함께 우리 평안도민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가 9살의 어린 나이로 북한의 강제수용소에 갇혀 있다가 나와서 탈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할아버지가 반역자로 몰려 일가족 모두 투옥되었다고 했다. 이순옥 씨는 충실한 공산당원으로 일하다가 한번 공산당 간부의 청을 거절한 죄로 반역자로 몰렸다. 그리하여 무고하게 15년형을 받고 강제수용소에 수감되었단다.
그들 모두 북에 가족을 남겨놓고 탈출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천만다행으로 남한에 와서 배불리 먹고살고 있지만 그때 가슴에 새겨진 끔찍한 화인은 영원토록 지울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이산가족은 모두 한가지 피멍든 상처들을 품고 산다. 그래서 그들의 아픔이 덧난 상처가 우리들의 가슴에도 아릿하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무려 1,000만 명이 넘는 우리 이산가족의 아물지 않는 가슴에.
강철환 씨는 400만 이상이 굶어 죽고 인권을 무시당하고 사는 그들을 구출해야만 세계 평화가 오고 핵문제도 해결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평양의 수족관’이라는 책을 내어 부시 대통령도 읽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부시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 때 그는 샅샅이 북한의 참상을 폭로하고 15만 내지 20만 명 이상의 정치범들이 무한한 학대를 받고 있다고 진술했단다.
회의는 저녁 9시까지 이어졌다. CNKR은 우선 급한 목표로 탈북민의 난민지위 획득, 강제송환 중지 촉구, 긴급 구출, 정착지원 등을 꼽고 있다. 지난 1999년 4월 시작해 탈북난민보호 UN 청원 서명운동(1,180만 명), 탈북 난민의 국제법상 난민지위 획득고 인권보호, 재중 탈북난민들의 한국입국 지원 긴급구출활동 등 많은 일들을 했다.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피멍든 가슴을 안고 1,000만 이산가족은 살고 있다. 무력한 존재로 자유세계에서 호의호식하면서 북의 가족을 생각하면 목이 메인다. 혹시 굶어 죽거나 강제수용소에서 모진 세월을 죽지 못해 살지나 않는지. 강철환 씨도 말했다 하루빨리 강제수용소에서 지내던 친구들을 도울 수 있어 만나고 싶다.
강철환 씨 책을 사면서 나도 이산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말없이 사인을 하면서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의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 화인을 누가 지워줄 수 있을 것인가. 아직도 젊은 그는 아름다운 침묵으로 온 세계에 고한다. “세계의 평화는 북쪽의 말살된 인권부터 찾아야 온다”고.
손지언 /평안도민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