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을 위한 빵공장 건립 사업은 이렇게 첫 발을 디뎠다.
사랑선교회가 예상하는 대로 9월 초부터 빵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기계를 사오고 재료를 구입하며 현지 기술자를 교육하는 등 많은 절차가 필요하지만 어쨌든 워싱턴 한인사회의 힘 만으로 북한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사랑선교회는 회장 정성철 목사를 중심으로 5-6명의 2차 평양 방문단을 구성, 8월10일경 중국 심양을 거쳐 북으로 입국할 예정이다.
2차 방문단은 모니터링 방법 등 세부 일정을 다시 논의한 뒤 북측과 최종 합의서를 작성하며 이 때 빵 제조 기계 등 필요한 설비들을 중국에서 구입해 금성컴퓨터수재양성센터 산하 금성학원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빵공장 건립 무상 지원’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마찰음이 났던 것은 양측이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점 외에 일을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도 큰 원인이 됐다.
우선 북측은 ‘사랑선교회’를 한국이나 미국의 대규모 NGO 단체나 교단적 차원에서 활동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제법 큰 규모의 선교 구호단체로 생각하고 있었다. 첫 면담에서 사랑선교회가 ▲이번 평양 방문은 현지 답사 차원이라는 것 ▲빵공장 규모는 하루 1,000명 분 정도라는 것 ▲사랑선교회는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이 중심이 된 작은 비영리 종교단체라는 것 등 기본적인 사항을 소개했을 때 금성컴퓨터수재양성센터(이하 센터) 관계자들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센터 산하 4개의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과 교직원 4,000여명에게 공급될 빵을 기대하고 있던 북측 관계자들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사랑선교회의 활동 상황과 방북 목적을 소개하는 서류들 이 수차례 북에 전달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선교회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이 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신기했다.
해외동포원호위원회의 최순철 참사는 “그동안 많은 원조 단체들이 북 입국을 시도하고 또 지원을 하고 갔다”면서 이런 작은 단체를 상대해 보긴 처음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사랑선교회 대표들이 모니터링 절차와 최종 합의 전에 기계를 설치하는 등의 문제를 놓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북측의 자세도 약간씩 달라졌다.
특히 학교 관계자들은 합의가 깨질까봐 조바심을 냈다는 주변 사람들의 귀뜸이었다. 잠정 합의서 서명이 있었던 1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면서 북측 관계자들의 말투는 상당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사랑선교회 대표단은 사실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하는 날부터 북측의 극진한 환대에 당황했다.
낡기는 했지만 두 대의 고급 승용차와 안내원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고 소년 궁전, 금성학원 등에서 화려하고 수준 높은 공연을 준비해 손님들을 맞았다. 소년 궁전 공연은 모든 외국인들이 무료로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금성학원은 사랑선교회 방문단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이었다.
정성철 목사는 “좋은 공연을 보기는 했지만 우리 때문에 아이들이 수업을 멈추고 불려나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언급해둘 필요가 있는 것은 운전기사와 승용차 임대료, 북측과의 면담 시 사용된 모든 식사비는 해외 동포들이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안내원은 만경대, 을밀대, 김일성 광장 등 여러 곳을 보여주며 친절을 보였지만 가끔 누가 누구를 대접하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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