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맥아더는 지금까지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군인이다. 또 유일하게 ‘원수’ 칭호를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도 남북 전쟁 때 장군이었고 그의 형도 해군 사관학교를 다녔다. 그가 웨스트 포인트 다닐 때 성적표를 보면 학교 역사상 세 번째로 공부를 잘 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런 그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장군이란 것이고 또 하나는 사생활이 문란한데다 이기적인 마마 보이에 불과한 형편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유엔군 총사령관에 임명돼 인천 상륙 작전을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한국의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란 점이다.
한국의 고질병인 과외 열기도, 부동산 투기도, 과체중과 과소비도 모두 사라지고 극소수 집권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날씬하며 소득 평준화를 이룩하고 모든 국민이 아침부터 밤까지 위대한 수령과 지도자 동지를 찬양하며 나날을 보내는 나라가 됐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바람직한 사회인 지는 별개 문제다.
요즘 한국에서 인천의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는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고 한다. 철거론자들은 미 제국주의 침략자인 맥아더의 동상을 그대로 두는 것은 민족 자존의 입장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반면 철거 반대론자들은 그야말로 한국을 북한의 침략에서 구해낸 영웅이라고 주장한다. 아직까지는 반대론자들이 많아 동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모양이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철거론자들의 논리다. 동국대에 재직 중이라는 모 교수는 “6·25는 고려의 3국 통일과 같은 통일 전쟁으로 미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1만명 정도 사망하는 것으로 그쳤을 것인데 맥아더가 끼어 드는 바람에 사망자 수가 400만 명으로 늘어났다”며 그가 399만 명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갈파했다.
1983년 KAL기가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된 후 “평화롭게 하늘을 날던 미사일을 민간 항공기가 들이받아 군사적 피해를 입혔다”던 풍자 만화이래 처음 듣는 해괴한 논리다. 이 교수는 1950년 겨울 중공군이 개입해 몇 달이면 끝날 전쟁이 몇 년으로 늘어나고 한반도가 초토화되는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는듯 하다.
해마다 8월이면 LA 등 미국에서도 보수 ‘진보’ 단체가 남북 화해를 내걸고 8·15 행사를 같이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소란스럽다. 지금도 북한은 6·25를 남한의 북침 사건으로 보고 있다. 다짜고짜 새벽에 담장을 부순 후 잠에서 덜 깬 이웃의 따귀를 때리고 끝내 자기가 먼저 맞았다고 우기며 화해를 하자면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진실을 먼저 인정하고 사과를 한 후에야 진정한 화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사상 최악의 수구적 공산 왕조와 그런 집단을 지지하면서 스스로를 ‘진보’라고 부르는 자들이 존재하는 한 참된 남북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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