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의 끝없이 이어지는 대륙의 사막을 달려 코로라도 강을 건너자마자 네바다 주에서 애리조나 주로 바뀌었다. 뾰족뾰족한 가시들을 온몸에 박아놓고 도도하게 자태를 뽐내는 형형각색의 선인장들, 울퉁불퉁한 붉은 돌멩이와 붉은 흙으로 뒤덮인 광활한 사막을 바라보며 감상을 하자니 순간 ‘애리조나 카우보이’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노랗게 물든 단풍잎들을 매단 거무튀튀한 나무들과 곁에 어우러져 있는 큰 웅덩이. 바로 사막 속의 오아시스가 아닌가. 웅덩이에 고여있는 짙푸른 물이 불어오는 바람에 물결을 만든다. 시커먼 구름 사이에 붉은 태양이 얼굴을 내미는가 했더니 갑자기 쏟아지는 눈보라가 심술 부리며 시야를 방해한다. 사막은 기후의 변화가 심하다. 사막 저편에 길게 누워있는 기찻길. 그 철로 위에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행렬의 적재차가 마치 구렁이같이 철길을 따라 느긋하게 기어가고 있다.
세도나로 가는 길목에 신 아구아(Sin Agua)라는 인디언들이 살다 떠나버린 신비의 검은 호두나무 계곡 속 아늑하고 가파른 절벽 바위틈에 지혜롭게 지어놓은 동굴을 들여다보니 그들 특유의 소리를 꽥 꽥 질러대며 울긋불긋한 옷을 입은 인디언들이 마구 튀어나올 것 같은 오싹함을 느꼈다. 슬라이드 락 주립공원의 잘 다듬어진 그림같은 골짜기를 따라 하얀 거품을 일구며 흐르는 얼음장같이 시린 계곡물에 온몸을 담금 모험심 강한 백인청년들의 기막힌 인내심, 온몸에 기를 받기 위해서라니 믿기는 어려웠지만 벌벌 떠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했다.
드디어 구름 한 점도 없는 맑은 하늘, 온통 붉게 물든 사막 물모지 땅을 뚫고 솟아오른 붉은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눈에 들어온다. 애리조나 주 북쪽 사막에 위치한 기의 고장 세도나는 미 개척시대 인디언들의 성지로 그들의 전설 속에선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어머니의 에너지가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USA 투데이가 선정한 미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10곳 중 1위를 차지한 곳이지만 세계 각국의 명상가들 사이에서는 보텍스(Votex: 지구 내부에서 방대한 에너지가 분출되거나 우주로부터 에너지가 들어오는 곳)로 불리는 신비로운 기운이 넘쳐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명상가들에 따르면 세도나는 전세계 21개 보텍스 중 5개가 집중되어 있는 명당으로 해마다 우주의 기를 받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 명상가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단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땅속에서 하늘로 기가 솟아오른다는 종 바위(Bell Rock)와 우주의 기가 땅 위로 모인다는 대성당 바위(Cathedral Rock)에 올라 기를 체험하는 것이다. 손발에 전기가 오는 듯 찌릿한 파동을 느끼며 정말 ‘기’를 받는 것인가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진다.
45일간의 긴 여행길에도 피곤하지 않고 개운함은 아마도 세도나의 기 덕을 본 것일까. 그렇다면 이번 여행은 큰 수확이다. 자연의 숭고한 기의 고장 세도나는 오묘하고 온통 붉음의 신비로움을 안고 마음 설레게 하는 곳. 하나님께서 지으신 대자연에 감탄하며 자연은 언제나 인간 앞에 진실하게 훈훈하고 정겹게 살아가라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자연을 찾아간다는 것보다 자연이 우리를 한없이 기다려주는 지도 모른다.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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