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만나기 힘든 사람의 하나는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 시장 당선자다. 지난 5월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LA는 물론 미국과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1,500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아 놓고 있다. 새벽 5시부터 하루 온 종일 인터뷰를 하는 날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언론 기관들은 그를 만나 볼 수 없다. 이 때문에 그가 가는 행사장에는 수십 명의 기자들이 진치고 있다가 기습 인터뷰를 시도하기도 한다.
1일 열리는 시장 취임식장에도 기록적인 인파가 몰릴 예정이다. 아침 8시부터 1시간 동안 LA 다운타운 성당에서 취임 기념 행사를 가진 후 도보로 시청까지 행진, 공식 취임식을 갖고 오후 1시까지 리셉션을 벌일 예정인데 1만 명이 넘는 축하객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취임식장에는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비롯 현직 가주 지사와 4명의 전직 지사, 내년 시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블룸버그 뉴욕 시장과 역시 라티노로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는 페러 뉴욕 시장 후보, 멕시코 주미 대사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모여 대통령 취임식을 방불케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인 가운데는 이윤복 LA 총영사가 유일하게 VIP로 초청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이민자의 아들인 비아라이고사의 취임은 멕시코에서도 미국 못지 않게 주요 뉴스로 다뤄지고 있다. 같은 이민자 출신이지만 “가주와 멕시코 국경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에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는 멕시코 인들은 그의 취임에 한껏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역시 회교도 이민자의 유입으로 골치를 앓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 과 9/11 이후 찬밥 신세가 된 아랍 각 국에서도 그의 부상을 눈여겨보고 있다.
LA 라티노 커뮤니티는 지금 축제 분위기지만 누구도 이처럼 높아진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1981년 라티노로는 처음 주요 도시인 샌 안토니오 시장으로 당선된 헨리 시스네로스는 1993년 클린턴 행정부내 첫 라티노 장관으로 발탁되는 등 전도가 양양했으나 정부에게 돈을 지급한 사실을 속였다는 이유로 기소돼 유죄를 시인하고 사실상 정계를 은퇴했다.
그러나 그의 장래와 관계없이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남가주 라티노 파워의 급부상이다. LA의 주요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시장, 시의회 의장, 시 검사장, 교육구 회장,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 의장, 카운티 셰리프 국장, MTA 의장, 그리고 가주 하원의장이 모두 라티노다. 7년 전만 해도 이중 라티노는 단 한 명뿐이었다. 짧은 시일 내 라티노가 얼마나 가주의 실세로 떠올랐는지 알 수 있다.
미래야 어찌 됐든 ‘오늘의 인물’은 단연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다. 그가 뭇사람들의 기대처럼 LA를 다인종의 화합 속에 발전해나가는 21세기의 일류 도시로 만들어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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