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김이 누구인가’- 몇 달 전 우리 신문 스포츠면에 올랐던 기사이다. LPGA 투어 선수들 중에는 한국 출신이 워낙 많아서 보통 사람들은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케이스가 허다하다.
연초 LPGA 선수 명단에‘버디 김’이라는 이름이 올랐는데 스포츠 전문 기자들에게도 생소한 이름이었다. 알고 보니 지난해까지 ‘주 김’으로 활동하던 선수가 “LPGA 투어에 김씨가 너무 많아서” 개명을 한 것이었다.
본명은 김주연. 지난해 LPGA 무대에 입성했지만 성적은 지지 부진.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런 그가 지난 26일 기적 같은 깜짝 성공을 거두어냈다. 제60회 US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순간에 무명의 장막을 걷어내고 신데렐라가 되었다. 골프채 잡고 살아온 12년이 보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대표적 ‘골프 아빠’인 박세리 선수의 아버지 박준철씨는 달변으로 유명하다. 충청도 사투리로 내어놓는 이런 저런 비유들은 구구 절절 옳은 말이어서 골프계에서는 어록 감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말들이다.
“그랜저가 고장 난다고 티코 되나?”“산 넘고 물 건너야 큰 선수 된다” - 전자는 박세리가 슬럼프에 빠져도 다른 선수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뜻, 후자는 대 선수 되기 위해서는 숱한 고통과 경험을 겪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박세리, 박지은, 그리고 이번의 김주연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만한 큰 선수들은 우선 ‘재목’이 되어야 한다. 체격조건이며 운동 신경 등이 ‘그랜저’ 급으로 태어나야 승산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조건 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산 넘고 물 건너는’모진 역경을 이겨내는 투지와 함께 반드시 필요한 것은 가족의 희생이다. 자기 인생을 포기하고 뒷바라지하는 가족이라는 밑거름 없이 성공은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골프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족들의 재정적 희생이 필수. 충북 청주 출신인 김주연의 가족은 부자가 아니다. 부모가 아파트를 팔고 빚 얻어가며 딸의 뒷바라지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하루 24시간 딸에게 매달려야 하니 생계는 어머니가 옷가게하며 꾸려나갔다.
투어 한번씩 다니려면 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경비 아끼느라 아버지가 직접 중고밴을 운전하며 미 전역의 경기를 따라 다녔고, 차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으며, 식비 아끼느라 모텔 방에서 고등어찌개를 끓여먹다 냄새 난다고 쫓겨났다는 에피소드들이 전해진다.
골프계에서 코리안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자녀를 골프선수로 키우고 싶어하는 한인 부모들이 많이 있다. 어린 자녀가 골프에 재능을 보이면 부모들은 기대에 부풀게 마련이다. 하지만 좀 더 자라서 내셔널 게임에 나갈 정도가 되면 그때부터는 시간과 돈이 선수를 키워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화려한 우승, 그 뒤에는 오랜 세월에 걸친 엄청난 희생이 그림자로 묻혀있다. 골프를 아이의 취미로 할 것인가, 전공으로 할 것인가 - 부모는 빨리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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