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에게는 가정과 커리어를 조화시키는 어머니상을 물려주고 싶다는 박현정씨가 큰 딸 세빈이(오른쪽), 둘째 정빈이를 껴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서준영 기자>
희생만 하는 어머니상 변화시켜야
“자녀에겐 최고의 엄마가, 남편에게도 충실한 아내가 되고 싶은 여성은 항상 가정과 커리어를 두고 고민합니다. 특히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일을 선택했던 이민 1세 어머니의 딸로 이중문화의 갈등 속에 자란 한인 여성들은 ‘가정과 커리어’가 양자택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요”
어린 두 딸을 키우며 암투병하는 어머니 간호, 그리고 목사 남편 뒷바라지를 해온 가정상담 전문가 박현정(40)씨가 지난 5월 불혹의 나이에 USC에서 상담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꼭 9년 만이다. 풀러 신학교에서 결혼과 가정상담학 석사학위를 받았던 박씨는 전문상담가로 5년간 일하다가 USC 박사과정에 입학했고, 학업 중에 두 딸을 출산했다.
“항상 잠이 부족할 정도로 힘든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늘 어린 두 딸에게도 제대로 못하고 남편 뒷바라지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서 하루에도 수 십번씩 포기할까 갈등했다”는 박씨는 “박사학위를 받으며 삶의 우선순위 변화에 따라 커리어를 관리하는 법도 터득하게 됐다”고 웃음 지었다.
박씨의 논문주제는 ‘한인 이민 여성의 문화적 동화와 변화하는 자아상’.
25∼40세의 영어권 한인여성 5명을 심층 인터뷰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이민 1세대의 자녀로 성장하면서 겪은 문화적 갈등과 정체성 고민을 다룬 논문으로,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아 곧 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중 문화권에서 자란 이들은 자아가 얼마나 형성돼 있는가, 문화적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 가정과 커리어 중 무엇에 중점을 두고 삶을 추구하느냐 등이 논문 내용”이라는 박씨는 “모두 명문대를 졸업한 커리어 우먼이었는데, 배우자를 만나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겠다는 대답이 많았고, 여성으로 사회생활에 하는데도 어머니의 영향보다는 아버지의 영향이 컸음에 놀라웠다”고 밝혔다.
박씨 나름대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이민생활이 어려워 일을 시작했던 어머니 세대는 나를 위한 커리어가 아니라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지켜보고 자란 딸 역시 ‘내가 먼저’인 미국 문화권에서 성장했어도 어머니의 가치관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
10세에 북가주 모데스토로 가족이민을 온 박씨 역시 일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는 사회적, 경제적 독립을 추구하면서도 왜 희생하는가’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그녀는 한국적 사고방식과 미국 문화 속에서 확립되지 못한 자아를 갖고 박장순 목사(현 가브리엘 장로교회 담임)와 결혼을 했고, 두 딸의 엄마가 된 후에야 어머니를 알게 됐다고 말한다.
문화적 가치는 빨리 변하는 게 아니기에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스스로가 가치관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다는 박씨는 “여성에게 가정과 커리어는 선택이 아니라 ‘조화’임”을 강조하며 “최고의 엄마가 되고 훌륭한 아내가 되려면 자신도 여성으로서 만족한 삶을 추구할 때 가능해지므로, 여성 스스로가 직장과 가정에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하는 균형잡힌 삶의 중요성을 인식해야하는 게 우선”이라고 결론지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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