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은 서양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다. 미국이 21세기의 로마를 자처하거나 유럽 각국이 ‘유럽 합중국’을 세우려 하는 것, 러시아인들이 모스크바를 로마와 콘스탄티노플에 이은 ‘제3의 로마’로 부르는 것 모두에서 로마 제국에 대한 향수를 엿볼 수 있다.
광대한 제국 로마를 가능케 한 것은 무엇보다 군사력이었다. 로마가 망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로마 군단’은 공포의 상징이다. 무엇이 이처럼 로마 군을 강력하게 했을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그 중 제일은 로마인들의 애국심과 규율일 것이다.
로마군의 군율은 엄하기로 유명했다. 지휘관은 병사들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항명을 하거나 비겁함을 보인 병사는 일렬로 세워 놓고 제비뽑기를 시켰다. 10명 중 하나 꼴로 재수 없게 걸린 병사는 나머지 9명으로부터 숨이 끊어질 때까지 집단 구타를 당했다. 이것이 지금은 ‘전멸시키다’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 ‘decimate’의 어원이다. ‘로마군은 적보다 상관을 더 무서워한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제2차 대전 때 나치와 맞서 싸운 소련군은 일반 병사 뒤에 총살 부대를 배치했다. 지휘관의 돌격 명령에 따르지 않는 병사는 동료의 총에 맞아 죽어야 했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이야기지만 병사 하나 하나의 행동에 군 전체는 물론 나라의 운명이 걸린 전장에서 엄한 군율은 필수적이다.
개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평등주의가 만연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기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징집에 의해 강제로 끌려오고 전쟁의 명분이 약할 때는 더욱 그렇다. 미국이 치른 여러 전쟁 중 군대의 기강이 제일 많이 무너진 것이 월남전이다. 병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상관이 자고 있는 막사에 수류탄(fragmentation bomb)을 던져 넣는 일이 하도 많아 ‘프래깅’(fragging)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1969년부터 월남전이 사실상 끝난 1973년까지 이 프래깅에 의해 사망한 미군 장교 수는 600명, 원인불명으로 사망한 장교 수까지 합하면 2,000명이 넘는다. 미국이 1973년 징병제를 폐지한 주원인 중의 하나로 프래깅이 꼽히고 있다.
한국에서 처우에 불만을 품은 한 병사가 수류탄을 터뜨려 상관과 동료 8명을 죽이고 여러 명을 부상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신세대 의식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한국 군 기강이 무너진 것인지, 주적 개념이 없어지고 안보 의식이 해이해 져서인지 논란이 분분하다. 사회 일각에서는 세계 전체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로 감옥에 가는 사람의 80%가 한국인이라며 이번 기회에 대체 복무제나 미국처럼 자원병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계속된 정부 관계자의 개선 공약에도 불구, 한국군 내에서는 훈련병에 인분을 먹이고 구타를 일삼는 등 인권유린 행위가 거듭 벌어지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미주 한인들은 이번 일을 보고 다시 한번 미국에 온 것을 감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차제에 군 내부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개선책을 마련,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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