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삶
▶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대학생들이 그렇게 바라던 사각모를 쓰고 자랑스럽게 정든, 혹은 지겨웠던 상아탑을 떠난다. 생각만 해도 흥분에 싸일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졸업반들은 학교에 기념될만한 선물을 증정하는 것이 상례다. 학교와 교수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며, 또 졸업반의 특유한 전설을 남기려하는 때문에 졸업 순서지에 없는 깜짝쇼를 치른다. 으레 졸업 축하 전야제에 예기치 않게 일어난다. 맥아더 장군 졸업반은 공병대가 수일을 걸려서도 못해낼 일을 저질렀다. 맥아더 생도 외 몇 명은 학교 지붕 위에 거대한 야포를 올려놓았던 것이다. 또 MIT 대학 졸업반은 캐딜락 차를 대학 돔 꼭대기에 보란 듯이 올려놓았다.
이러한 대학들의 입학문은 얼마나 좁았던 것일까. 유례없이 총명했던 맥아더만도 사관학교를 두 해째나 지원해서야 입학을 했으니 그에게는 사관학교가 얼마나 자긍심을 주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사관학교는 이 시골뜨기 생도를 미국이 낳은 이 시대의 영웅으로 탄생시켰던 것이다. 한국이 낳은 석학 도올도 좁은 문 대학의 비애를 맛보고, 대학시절을 도서관에 처박혀 고전을 섭렵하고 하바드 대학에까지 갔다고 아픈 마음을 이야기한다.
좁은 문의 대학은 역시 많은 지원자들 가운데 선별하여 대학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마음껏 향유하도록 허락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한국의 한 정당 대변인이 대통령의 자격에 대학졸업을 선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정당치 못하지만 그 뜻은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나름대로 시사하고 있다.
대학은 학문을 깊이 있게 배우며, 자기 삶의 방향을 가르쳐준다. 무진장한 학문의 보고를 캐고 싶을 때까지 파고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병을 치료하는 것을 미리 막아주는 것이다. 자기의 원한을 풀기 위해 법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법을 정의롭게 풀도록 가르쳐 줄 것이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기 위해 상과를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황금의 취득뿐만이 아니라 공평하게 이를 분배하는 지식을 가르쳐줄 것이다.
이제 이 자랑스런 젊은이들이 활짝 열린 사회로 나설 때 대학에서 꿈꾸었던 이상은 온데 간데 없고, 혹 생판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 실망은 금물이다. 속에 잠겨진 보고를 펴 보일 때가 오는 것이다. 추진력과 성실이 절대 필요하다. 창조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는 닥친 위기와 사고를 모면시켜준다. 열린 문을 향해 나설 때 절대로 정직한 마음의 모자를 벗거나 내던지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정직함이 바로 열린 문을 통과할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해가 동편에 뜰 때까지 잠잘 수 있었던, 마음대로 장발을 하고 수염을 길었던 자유분방하던 학창시절을 마감하기가 아쉽지만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은 스스로 도움 없이 책임있는 삶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상은 높고 삶은 낮게 라는 말을 새기며 넓고 넓게 열린 문을 향해서 갈 젊은이들이여.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