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글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A씨는 평소 LA 한인 학부모들의 과외 열기가 지나치다고 생각해왔다. 주말에 초등학생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것으로 모자라 스패니시까지 배우게 하는가 하면 주중에는 태권도, 미술, 피아노, 거기다 교과 학습 과외까지 시키는 학부모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에서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돌아온 후 생각이 바뀌었다. 한국에 비하면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한인 학생들은 지상낙원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저녁을 먹으며 과외가 화제가 떠올라 비교적 고소득자인 친구에게 대체 과외비로 얼마나 쓰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한 명 당 200만원인데 둘이니까 400만원”이라고 태연스럽게 대답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그 많은 충당하느냐고 묻자 “그래서 생활은 어렵지만 괜히 돈을 아꼈다 재수라도 하는 날이면 결국 돈이 두 배로 들기 때문에 꾹 참고 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그저 보통 하는 편이고 돈 좀 있는 집은 아파트를 팔아 월 1,000만원짜리 과외를 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밤 10시가 넘자 다른 친구 하나가 볼 일이 있다며 주섬주섬 일어났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과외를 마치는 시간이기 때문에 픽업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장래를 내다보고 일찍이 특수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얘기를 더 하면 할수록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국 부모의 스케줄은 학교 시험 일정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음을 알게 됐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순간부터 대학 입학할 때까지 자녀와 부모의 최대 관심사는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이며 여기에 모든 시간과 돈과 노력이 집중돼 있었다. 학교에서 계속 일등을 하던 모범생이 순위가 밀리자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딸이 명문대에 입학하지 못했다고 어머니가 분신 자살을 하는 기이한 현상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죽기 살기로 경쟁을 해 대학에 들어가도 명문대 인기학과가 아니면 졸업 후 취직도 잘 되지 않는다. 결국 불과 수 천명의 성공을 위해 온 국민이 오랜 세월 동안 숱한 돈과 시간을 써대며 긴장과 초조에 싸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과외 수업을 받는 것을 나쁘게 볼 필요만은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정도 문제다. 한국의 과외 열기는 분명 비정상인데도 모두가 분위기에 휩싸여 그것이 정상이 아님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알아도 대안이 없으니 그냥 휩쓸려 가는지 모른다.
현재 한국인으로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제일 큰 황우석 교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과외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자랐다.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는 아인슈타인 또한 과외는커녕 정규학교에서도 둔재로 몰려 쫓겨날 뻔했다. 무작정 자녀를 과외로 내몰기 전 무엇이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교육인지 한국 부모들이 한번 돌아보는 날이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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