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가장 큰 명절은 김일성의 생일을 기념하는 4월 15일 태양절이다. 1974년 중앙 인민 위원회 가 북한 최대 명절로 지정한 데 이어 1997년 7월 8일 김일성 3주기 때 당 중앙 위원회·당 중앙 군사 위원회·국방 위원회·중앙 인민 위원회·정무원 등 5개 기관이 주체연호 사용과 함께 이날을 격상시켰다. 이날 좋은 옷 차려 입고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 궁전을 참배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큰 행사다. 태양절은 북한 제일의 ‘성일’이고 금수산 기념 궁전은 최고 성지인 셈이다.
김정일은 최근 금수산 기념 궁전 일대를 ‘세계 최대의 식물원’으로 만들기로 하고 궁전 내 풍치림구에는 세잎 소나무와 잣나무를 비롯한 사철 푸른 나무들과 수삼나무, 오동나무, 은행나무 등 수려한 풍치를 돋구는 나무를, 용재림구에는 이깔나무, 피나무, 산 과실림구에는 살구나무, 감나무, 벗나무, 대추나무, 기름나무림구에는 호두나무, 가래나무, 수유나무 등 1만 5,000여 종의 나무와 꽃 관목을 심었다니 이곳에 가면 온갖 기화요초를 구경할 수 있게 됐다.
금수산 기념 궁전을 찾는 사람은 북한 주민들만이 아니다.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 사절들도 이곳을 들르는 것이 정례화 돼 있다. 2000년 10월 평양에 간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이곳을 참배하는 것으로 북한 방문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북한 당국이 “미국을 대표하는 국무장관이 김일성 주석에 경의를 표하고 머리를 숙였다”고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했음은 물론이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차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도 김정일은 이곳을 참배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대통령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48명의 방문단을 이끌고 북한에 다녀온 김광남 LA 민주 평통 회장이 이곳에 들러 방명록에 “위대한 수령”이라고 적어 말썽이 되고 있다. 본인은 “분위기에 이끌려 그렇게 됐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직도 6·25를 일으켜 수많은 한국인을 죽인 김일성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한인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평통 회장으로서 경솔하기 짝이 없는 처사다.
그러나 김 회장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정부의 공식적인 손님으로 간 이상 금수산 기념 궁전 방문을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고 기념 궁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김일성을 비하하거나 거리를 두는 듯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북한의 공식 초청을 받아 가는 사람은 김일성을 겉으로나마 참배할 각오를 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에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전처럼 노골적인 감시도 없고 주민들의 옷차림이나 행동도 좀 더 자유로와 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북한은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김일성 부자 숭배가 국가의 지도이념이며 최악의 인권 침해가 자행되는 “폭정의 전초기지”이다. 미국과 북한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지금 미주 한인들의 북한 방문은 신중해야 한다고 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