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성락 기자의 북한 방문기 <2>
▶ 반미구호 속 “관계개선”속내
“큰 의욕을 갖고 개성공단을 마련했건만 고작 냄비만 생산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의 반대로 중요 산업이 진출을 못하고 있습니다” “6자 회담이 진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우리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매우 깊었고 특히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규정한 것 같았다. 반면 클린턴 행정부와 김일성 주석 생존 당시 북한을 방문,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주선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었다.
이와 함께 북측 인사들은 6.15 정상회담의 의미를 높이 평가했다. 이들은 남북 정상의 만남이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고 남북간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는 등 각종 교류가 증가하면서 적대의식 해소와 민족 동질성 회복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6월 평양에서 열리는 6.15선언 5주년 기념행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반감 속에서도 관계개선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인사는 없었다.
북한은 나름대로 양질의 인력과 곳곳에 널려 있는 미개발지 등 기본적인 경제개발 여건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곧바로 서방세계의 기술과 자본 유입으로 이어져 고속의 경제발전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연일 반미 구호를 외치고 있지만 북한은 한편으론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김일성 시신 안치돼 경비 삼엄
1994년 7월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금수산 궁전(사진)은 한국의 청와대와 같은 곳. 이곳은 거대한 석조건물과 대형 광장, 그리고 그 주변을 인공호수가 감싸는 형태로 이뤄져 있었다.
김 주석 사후 건설한 별도 건물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이곳은 카메라 반입이 금지됐고 별도건물은 100미터는 훨씬 넘어 보이는 컨베어 벨트 수대가 설치돼 수많은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본관건물에 들어서자 높은 천장과 대리석으로 꾸며진 엄청난 규모에 압도당했고 곳곳에는 삼엄한 경비가 이뤄지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오른 뒤 방진시설을 통과해 들어간 큰 방 중앙에 유리관이 나타났다. 특수처리된 김 주석의 시신 하반신은 붉은색 천으로 덮여 있었으며 방문객들은 관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360도를 돈 뒤 유물 전시장으로 빠져 나갔다.
이곳에는 전용 열차와 차량, 훈장들이 전시돼 있었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가자 거대한 동제 추모 조형물들이 사방 벽면에 장식돼 있었다.
“위대하신 김주석…”
LA평통회장 방명록 파문
북한을 방문했던 LA민주평통 김광남 회장이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궁전에서 쓴 방명록 내용이 미묘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5일 오전 평통 방북단원들과 함께 금수산 궁전을 둘러본 뒤 방명록에 김 주석을 ‘위대하신...’으로 호칭하고 ‘김 주석 지도하에 주민들이 편안함을...’이라는 내용을 적어 넣었다. 이 내용은 때마침 방북단의 활동을 촬영하던 카메라에 그대로 녹화돼 단원들이 북한을 떠나면서 구입한 방문기념 비디오 테입에 담겨 있었다.
대부분의 방북단원들은 미국에 돌아온 뒤 가족들과 녹화테입을 보는 과정에서 이를 발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에 체류중인 김광남 회장은 “분위기상은 물론 먼저 다녀간 사람들이 모두 호칭을 그같이 표현한 것을 보고 아무 의미없이 적은 것”이라며 “내 의사와 전혀 다른 결과가 일어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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