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주부>
지난 봄방학에 LA에 계시는 시부모님댁을 방문하였다. 실리콘벨리에서 LA는 자동차로 대여섯시간 걸린다. 큰 아이를 앞에 앉히고 제일 뒷자석에 몸을 눕히고 잠을 청했다. 분주하게 지내던 날들을 떠올리며 방학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느긋함을 즐겨야지 하는 생각에 아이들이 앞좌석에 앉아 떠들어도 개의치 않았다. 중간즈음에 멈춰서 햄버거, 타코 등 각자가 원하는 음식을 사들고는 다시 여행을 떠나기 시작하여 밤늦게나 시댁에 도착하였다.
어이구~ 손주들이 왔구나! 잘들 있었냐? 하시며 늦은 밤인데도 깨어나서 맞아주셨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하고 인사를 나누며 가볍게 시어머니를 껴안아보니 여전히 마른 몸을 느끼게 되어 내심 마음이 안스러웠다. 요즘엔 몇 파운드 나가시냐고 묻자, 73파운드 정도 나간다고 하신다. 당신의 친정아버지도 많이 마른 체구였다며 걱정 말라고 하시지만 이젠 연세도 많이 되셨고 음식도 가리시는것이 많아 생각할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다행히 요즘에는 영양음료를 드시면서 얼굴에 살이 조금 붙었다며 빙그레 웃으신다.
이번 시댁방문에는 내려가기 전부터 다짐했던 대로 집에서 밥만 열심히 했다. 그리고 노인회에서 돌아오시길 기다려 드렸다. 집에서 누군가가 기다려주는 것이 위로가 됨을 알기에 더욱 그렇게 하고 싶었다. 특별한 얘기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한 상대로 있어드리고 싶었다. 그것이 시부모님과 떨어져 지내기전 10년동안 함께 삶을 나눈 사람으로서의 도리라 생각되었다. 함께 살때는 잘해드리지 못했지만 떨어져 지내니 더 효부행세를 하게되나 보다.
남편과 큰 아이들은 하루 놀이동산으로 놀러갔다오고 막내아들과 나는 시아버지께서 뒷마당에 만들어 놓으신 야채밭에 나가 상추, 깻잎, 파 등을 따며 한가한 오후를 즐겼다. 낮에는 소파에 앉아 바느질을 하고 부엌 청소도 좀 하고 그렇게 4-5일이 후딱 지나가 버렸다. 떠나는 날 중국집에 가서 만찬을 들때 어머님이 잘 드시는걸 보고 참 감사했다.
어머니, 열심히 잡수시고 노인회에서 운동도 꾸준히 하시구요. 떠나는 아들내외와 손주들을 바라보시는 부모님의 아쉬워하시는 눈길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났다. 어머니날이 오면 예전에는 보약이니, 영양제 혹은 옷이나 브롯지등을 선물했지만 요즘엔 마음으로부터 간절한 사랑과 축복을 담아 카드와 현찰, 그리고 꽃 배달을 주문한다. 이 며느리도 나이들어 가면서 고달픈 인생을 살아오신 또 다른 한 여자에게(시어머니) 애틋한 애정을 느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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