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3살 나던 해인 1972년 부모님을 따라 이민을 왔다. 그 때 한국은 미국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미국 친구들은 한국이 세계 어느 구석에 붙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그 당시 많은 한인1세들은 언어소통 문제와 문화적 차이로 많은 고생을 하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이민생활을 꾸려가고 있었다. 지금은 한인 이민자수가 늘어 여러 도시에 한인타운이 형성될 정도로 상황이 변했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6.25 전쟁 당시의 가난한 나라가 아니고 세계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끼어 어깨를 겨루는 나라로 발전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든 쉽게 한국의 전자제품과 자동차들을 볼 수 있고, 88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을 주최하면서 그 위상이 한껏 오른 오늘날 우리는 미국사회에서 코리안이라고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민 온지 33년이 지난 지금 나는 2세 아이를 셋이나 두고 있다. 한인 이민사회의 연륜이 깊어 감에 따라 2세 인구가 늘어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그 숫자가 1세를 능가할 것이다. 삶은 안정되어가고 언어장벽도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국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해온 대가로 여유를 누리고 있다. 이제 우리 1.5세와 2세들은 미주한인 사회를 이끌어 가야 하는 책무를 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젊은 세대들이 삶이 편해지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의지가 적은 것을 곳곳에서 느낀다. 동기부여를 별로 못 받는 것이다.
아울러 이민역사가 길어지면서 자신들이 코리안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한인후예라는 의식이 전혀 없는 2세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어는 전혀 쓰지도 읽지도 못하고 한국음식도 기피한다. 외모나 이름이 한인임에도 그 근본을 잊고 있는 것 같다. 2세들이 한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린다면 한인사회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장차 우리의 2세가 만드는 한인사회는 유대인 사회와 비슷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만나는 유대인 동료의사, 때로는 유대인 환자로부터 그들의 철저한 뿌리의식과 각 가정마다 실천하고 있는 교육열을 보며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다.
그러한 노력이 그들을 미국의 정치,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크게 활약하는 주역이 되게 하였고 결국 미국사회가 유대인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 뿐만 아니라 세계도처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유대인의 조국인 이스라엘을 돕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1.5세와 2세 한인들도 유대인들과 같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인식을 확고히 해야할 필요가 있으며 우리 부모세대는 이를 가르쳐 줄 큰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 우리 2세는 우리의 부모가 그러했던 것처럼 성실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 생각되어도 열심히 일하면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나라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함으로써 직장 동료나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게 될 것이며 이 또한 한인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아닌가.
자신의 개인적인 성공을 위하여 노력을 경주할 뿐만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 한인문화를 알리고 한인위상을 높이는 작업이 머지않아 전적으로 2세의 몫이 될 것이다. 수년전 1세들의 노력으로 리버사이드에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동상이 세워졌고 각 지역 시립도서관에 한국문고가 설치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을 잘 눈여겨보고 나름대로 돕는 일도 이제는 우리 2세들의 몫이다.
김동일/정형외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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