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사소한 일로 어느 직장여성과 점심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학위를 가진 주부로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다. 어느 조용한 식당에 마주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나는 문득 이런 말을 하였다. “미세스 xx께서 학위를 받고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여간 존경스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미세스 xx 보다도 아빠가 더 존경스러운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주부가 남편의 이해와 협조없이 그러한 큰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만 띄웠다. 그리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이렇게 말을 하였다. “저는 네 개의 접시를 돌리는 주부입니다. 그런데 네 개중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커다란 고민에 빠지고 그리고 생활에 혼란이 옵니다.”
순간 네 개의 접시라는 말에 선뜻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에 이해가 필요하였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네 개의 접시란 첫째가 아내 역할이요, 둘째가 어머니의 역할이요, 세 번째가 직장인의 역할이요, 그리고 마지막이 주부라는 역할이었다. 미세스 xx의 말은 주부가 사회활동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믿는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세 개의 접시를 돌리지만 주부들은 직장에 다니거나 아니면 자영업을 하든 간에 네 개의 접시를 돌리게 된다. 네 개의 접시 중 세 개는 단순재료로 만드는 것이지만 마지막 주부라는 접시는 복합재료로 만들어져 무겁고 그리고 대단히 예민하여 돌리는 것이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작가이며 평론가인 메어리 맥카시(1912-1989)는 가정주부의 일을 이렇게 설파하였다. “가정주부라는 직업은 혼신의 힘을 요구하는 노동이다. 왜냐하면 결코 끝이 없는 일로서 끝이 났는가 하면 다시 시작하여야 하는 평생노동이다.”
그러나 주부들이 남성들 보다 더 많은 접시를 돌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사회적인 인식과 남성들의 인식이다. 개인의 선입견, 사회통속적인 인식, 전통적인 남성우월주의적 환경 속에서 가정주부들이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다. 주부의 얼굴은 가정의 상태, 즉 행복한 가정이냐 아니면 불행한 가정이냐 하는 것을 나타내는 표시판이다. 즉 주부의 얼굴에 미소가 있는가 아니면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가에 따라 행복한 가정인가 아니면 불행한 가정인가를 읽을 수가 있다. 주부가 행복하면 그 가정은 평화롭고 그리고 미래지향적이지만 주부가 행복하지 못하면 그 가정은 불행한 가정이 되기 쉽다.
오늘도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고있다. 개인마다 이민을 오는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디도 가정이 평화로워야만 한다. 가정이 평화로우려면 주부가 행복하여야 한다. 주부가 행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부부간에 인격이 상호존중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아빠들의 이해과 협조로 주부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도록 하여야만 할 것이다.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주부들의 뒤에는 항상 믿음직스러운 아빠의 그림자가 있고 또한 자신감에 넘치는 주부들에 대한 찬사는 주부들에 돌아가는 것보다 그들의 뒤에 보일 듯 말 듯하게 드리우고 있는 아빠들의 그림자 속으로 더 많이 스며들어간다는 것을 모든 아빠들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도진호 /베데스다,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