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모국나들이를 다녀왔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에서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새로움에 대한 감격과 삶에 많은 활력소가 된다.
벚꽃이 만발한 지난달 나는 아련한 추억을 안고 고국 나들이에 나섰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이르는 14시간은 몹시 지루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슴 설레는 시간이기도 했다. 기체가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치솟는 통쾌함이 창밖에 보이는 환상적인 흰 구름과 어우러져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행기안 대형스크린에서는 비행기의 속도, 고도를 지속적으로 알려주며 현재의 위치, 목적지까지의 잔여시간도 알려준다. 여러 가지 영화도 보여주며 지루하지 않게 최선의 배려를 다하는 노력이 보였다. 비행기안에서 회덮밥, 비빔밥을 먹는 즐거움도 특별했다.
한국도 이제는 급격한 문화의 발달로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이 아파트, 셀폰, 교통의 발전이다. 이곳 미국에서는 셀폰이 주로 통화만 하는 데 비해 한국 거리거리에서는 문자메시지로 전하는 것이 유행처럼 보였고, 남녀 노소를 막론하고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부산 시댁에 내려갈 때는 작년에 개통됐다는 KTX라는 고속 전철로 인해 2시간 40분만에 도착, 놀라움을 느끼게 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부산에 가려면 하루가 걸렸는데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번 여행 중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2박3일로 다녀온 금강산 육로 관광이었다. 북측 출입 사무소에서 입국수속을 하는데 남한사람은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외국에서 온 사람은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같은 민족끼리 분단의 아이러니를 느꼈다.
소프라노 조수미의 ‘그리운 금강산’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 찡한 감동으로 그리워했던 곳인가. 눈앞에 펼쳐진 금강산의 위용 앞에 가슴이 울렁였다.
유구한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금강산은 천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먼저 눈이 부셨다. 멀리 웅대하고 장엄한 산이 검푸르게 앞을 가로막고 하늘높이 솟아있었다. 가이드 말로는 사시사철 산 봉오리가 그 곳에 솟아있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옛날부터 아름다운 산하를 일컬어 금수강산, 즉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다고 표현했다. 금강산은 금수강산 중에도 대표적인 아름다운 산으로 일컬어져 왔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지금도 금강산 어느 산허리나 강줄기를 따라가도 세계 그 어느 나라에 비길 수 없는 우리나라 특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기기묘묘한 일만이천봉은 조국통일의 희망봉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해보았다.
사람은 가도 산과 나무는 남아 세월을 말해준다던가. 반세기 민족의 분단을 지켜본 금강산의 산하는 그렇게 말없이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남북은 오랜 세월에 걸친 정치, 문화, 풍습, 사고 차이로 벽을 크게 만들었다. 나는 실향민은 아니지만 어서 어서 통일의 그날이 왔으면 하고 바란다.
금강산을 내려오며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된 조국에서 금강산, 백두산 정상에 올라가 천지를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이번 모국방문은 새로운 체험을 통해서 세계를 보다 넓고 깊게 관찰하게 되는 계기와 함께 평범한 소시민으로 사는 내가 조국통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shpyun@hotmail.com
채수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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