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부에 기계산업으로 유명한 코벤트리 라는 도시가 있다. 세계 제2차대전 때 독일 공군의 맹폭으로 심한 피해를 입은 곳이다. 독일 공군은 주로 야간을 이용해서 도버해협을 넘어가 군사물자를 대량 생산하는 코벤트리 지역을 사정없이 폭격하였다. 어느날 독일 공군의 무차별 맹폭으로 코벤트리 대사원(Coventry Cathe dral)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불타다 남은 앙상한 모습의 두 개의 벽돌 기둥만 남았다. 코벤트리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코벤트리 사원은 500년의 역사와 수많은 성직자를 배출한 신학교와 영국교회의 대주교가 관리하는 신앙의 본산지요 평화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제2차대전은 독일의 항복으로 급기야 끝이 났다. 독일교계는 코벤트리 사원의 피해를 알게 되었다. 독일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사죄사절단이 영국을 방문하고 독일 국민을 대신해서 코벤트리 시민에게 깊은 용서를 빌었다. 나치 정권의 전쟁도발을 막지 못한 것은 독일교계의 지울 수 없는 역사적인 수치였다고 고백하였다. 코벤트리 지역의 참상을 둘러보고 독일로 돌아간 사절단은 사실대로 귀국보고를 하였다. 독일교계는 의논하기를 독일의 기독교인들이 헌금을 해서 코벤트리 대사원을 복구하자고 결의를 했다. 2차 사절단이 영국을 다시 방문하고 이 사실을 영국 교회에 알렸다. 영국 교회에서는 이 제의를 받았으나 대부분의 교회 지도자들이 이를 반대하였다. 전쟁범죄국가의 돈으로 성스러운 코벤트리 대성당을 수복한다는 것은 영국 시민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제2, 제3의 사절단을 보내 독일 국민의 충정을 전달하였다. 영국에서도 태도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빌 때 이를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영국의 유력한 교회지도자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이에 코벤트리 시민도 결국 동조하게 되었다.
영국과 독일 교계 지도자들은 이렇게 합의를 했다. 독일과 영국의 국민들이 다같이 헌금을 해서 ‘화해의 심볼’(Symbol of Reconciliation)로서의 코벤트리 대성당을 합동해서 재건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에서는 그때 돈으로 1,000만불을 모금하였다. 현대건축양식의 첨단을 자랑할 수 있는 예술적이고 이색적인 훌륭한 대성당 건물을 완성하였다. 성당 벽에 붙여진 ‘화해의 심볼’이라는 큰 글자가 그 성당을 찾는 방문자들의 심금을 울린다.
자기들의 잘못을 솔직히 반성하고 속죄하는 독일 국민의 위대함과, 그리고 이것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영국 국민의 아량이 새로운 화해와 평화를 만들어냈다. 참으로 부럽기만 하다.
우리는 일본과 언제까지나 과거 문제를 가지고 시비만 하고 있을 것인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일본 지도자들이 잘못을 솔직 담백하게 자성하고 용서를 비는 용기가 왜 없는지 아쉽다. 무사도 정신(사무라이 정신)은 어디 가고 장사꾼의 잔꾀만 남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경제대국이라고 하여도 에코노믹 애니멀(경제동물)로 남아있는 한 큰 지도국은 될 수 없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도덕국가로서의 대범함을 배워야 한다.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아량과 용서를 가지고 그들을 껴안아야 한다. 일본의 양심세력, 그리고 젊은 세대와 제휴해서 더욱 친선을 도모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양국의 협력과 교류를 두텁게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가장 가까운 나라끼리 이렇게 계속 불화와 불신관계를 지속해서야 되겠는가. 독도라는 작은 섬이 한일 양국의 평화와 화해의 심볼은 될 수 없겠는가.
강만춘 <전 메릴랜드 상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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