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열린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미주 한인마라톤 동우회 회원 가운데 60대 한인들이 참가해 좋은 성적을 올렸다. 보스턴 마라톤은 마라토너라면 누구나 뛰고 싶어하는 꿈의 무대이다. 출전 한인 가운데 김명희씨와 박명근씨는 4시간 이내에 완주, 내년에도 자동적으로 출전 자격을 얻게 됐다. 박명근(62·사진)씨의 완주기를 특별 게재한다.
‘마의 언덕’이후 전력 질주
4시간내 완주 “해냈구다”
KART(미주 한인마라톤 동우회)와 함께 한지 10년. 지난 18일 열린 109회 보스턴 마라톤에 지난해에 이어 2번째로 참가하게 됐다. 내 생애 통산 30번째 풀 코스(26.2마일) 마라톤이기도 하다.
10년 전 피터 김 코치와 패사디나 로즈보울에서 처음 3마일을 한 바퀴 도는 데도 몇번이고 쉬어야 할 정도로 힘이 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지나고 30번째 마라톤을 뛰게 되다니 그저 꿈만 같다.
보스턴 마라톤! 2001년에는 이봉주 선수가 우승해 한국인의 기개를 전세계에 떨쳤으며 1947년 서윤복, 1950년 함기용 선수가 우승해 한인들과도 인연이 많은 대회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 선배들의 투혼이 돋보였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우리 민족에게 불어넣어 준 유서 깊은 대회가 아니던가! 이런 대회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영광이고 좋은 경험인가!
18일 정오. 레이스 시간이 다가오면서 기온이 심상찮다. 결국 75~76도로 예상보다 더운 날씨였다. 그러나 지난해 108회 때의 83~96도에 비하면 좋은 날씨. 오늘 작전의 핵심은 하트 브레이크 힐을 지나 21마일 지점부터 나머지 5마일 정도를 전력 질주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무리를 해서도 안되고 또한 21마일까지 어느 정도의 페이스로 시간을 뒷받침해주어야 4시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어려움이 따른다. 경기 시작 전 좀 많이 걸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스트레치와 약간의 휴식 후 자신감이 회복되는 듯했다.
드디어 경기 시작! 처음 4~5마일은 9분20~30초 페이스로 뛰면서 그런 대로 컨디션은 잘 유지되고 있다고 느꼈다. 계속 같은 속도로 편하게 뛰다 8마일 지나서 마일당 30초 정도 속도를 높여 보았다.
12~13마일 지점에는 웨슬리 대학 여대생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어려운 줄 모르고 뛰었다. H반환점을 돌며 시간을 보았다. 1시간58분! 계획대로 순항이다. 16마일부터 크고 작은 언덕들과 그 유명한 하트 브레이크 힐이 있는 지점이다. 다시 30초 정도 속도를 늦추며 천천히 뛰었다. 지난해에 18마일 지점에서 경련으로 고생했던 생각을 하며 오늘은 왠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무사히 언덕을 지나고 21마일 지점. 마음이 좀 놓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페이스는 4시간 내 완주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부터 계획대로 전력 질주다.
22, 23마일 표시가 계속 지나간다. 그런 대로 견딜 만하다. 24, 25마일을 지나고 1마일 남았다는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의 승패는 마지막 1마일에서 결정될 것 같다. 지난 25마일은 지금 남은 1마일을 위한 전초전에 불과했던 것이다.
속도를 더 높이자 숨이 차고 다리에 감각이 없다. 피니시 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10~20m도 너무 길다고 느껴진다. 드디어 피니시 라인 통과!
건타임 4시간14분58초, 칩타임 3시간59분23초. 턱걸이지만 드디어 해냈다. 목표인 4시간 내 완주와 보스턴 현지에서 내년 대회 참가자격을 획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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