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는 근래에 나온 소설 치고 유례 없는 히트를 친 작품이다. 수 천만 부가 팔려나갔는데도 아직도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식기는 커녕 그 주장을 반박하는 책들이 수십 권씩 쏟아져 나오며 논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는 것과 초기 기독교에서 여성들이 활발한 역할을 했는데 나중에 남성 위주의 교회 지도자에 의해 이 사실이 은폐됐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와 결혼해 아기를 낳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평가 된다. 우선 4 복음서는 말할 것도 없고 기독교 정통파에 의해 경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도마 복음, 마리아 복음, 기타 어떤 문서에서도 이처럼 중요한 사실이 기록돼 있지 않다. ‘다빈치 코드’의 저자는 당시 유대교에서는 장성한 남성이 결혼하는 것이 당연시 됐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예수처럼 세상 끝 날이 곧 올 것으로 믿은 에센파들도 결혼하지 않은 것으로 봐 신빙성이 약하다.
반면 초기 기독교에서 여성이 상당한 활약을 했다는 데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 예수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부활의 현장을 처음 목격하고 이 사실을 제자들에게 알린 이는 막달라 마리아라는 사실은 4 복음서의 일치된 증언이다. 하나님 나라에는 남녀의 차별이 없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예수의 메시지도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에게 어필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신약의 여러 경전 중 제일 먼저 쓰여진 사도 바울의 편지에도 많은 여성신도들이 등장한다. 로마서를 보면 뵈뵈와 브리스가, 드루배나, 드루보사, 버시, 율리아 등 숱한 여성들이 복음 전파에 힘썼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중 유니아는 바울로부터 “사도 중 으뜸”이란 칭호를 받을 정도로 높은 권위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한 때 ‘반짝’했던 교회 내 여성의 지위는 세상 종말이 당장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해지면서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에 눌려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여성은 잠잠해야 하고 남성을 가르치거나 그에 대해 권위를 세울 수 없다”는 지경에 이르른다. 이 말은 사도 바울이 한 것으로 돼 있으나 최근 학계에서는 후대 교회 지도자들이 남성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바울의 입을 빌려 지어낸 위작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후 대표적 교부인 터툴리안은 여성을 “악마의 문”이라고 불렀으며 막달라 마리아는 아무런 성경적 근거도 없이 그레고리 대교황에 의해 “창녀”로 낙인찍히는 수모를 당한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후임으로 보수적인 인물이 교황에 선출됨에 따라 교회 내 개혁을 기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있다. 여러 개혁 안건 중 여성 사제 서품 불용 같은 입장은 그리스도 안에 남녀의 구별이 없다는 기독교 정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이런 구태의연한 태도 때문에 남녀 평등이 보편화 돼 있는 유럽 각국에서 가톨릭의 영향력은 계속 줄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새 교황이 이 문제에 관해서 만은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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