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모임 초청 쇄도…겹치기 출연
기쁜 노래 슬픈 노래, 화창한 노래 우울한 노래, 희망의 노래 절망의 노래….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여 노래의 갈래를 짓곤 하지만 노래는 언제나 행복하다. 슬플 때 어울리는 노래는 있어도, 우울할 때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려지는 노래는 있어도, 불러서 슬퍼지고 부를수록 우울해진다면 그것은 이미 노래가 아니다. 노래의 참무늬와 참빛깔은 70년대 유행했던 어느 건전가요의 몇구절처럼, 노래하는 곳에 사랑이 있고 노래하는 곳에 행복이 있음을 알려주는 참 좋은 도구라는 데 있다.
’대한민국 공인가수’ 박래일씨(사진)-. 타고난 노래실력과 무대체질을 어쩌지 못해 아가씨 꼬리표가 붙어있던 시절 한국 가요계에 정식 데뷔(1975년)했다 ‘미국바람’에 실려 보따리를 싼(1977년) 뒤에도 북가주 일대에서 나이 쉰에 이르도록 노래인생을 이어온 박씨는 요즘 한창때도 미처 몰랐던 ‘노래의 깊은 맛’에 더욱더 젖어 있다.
노래를 정말 행복하다니까요. 무대에서 쫘악 사람들을 보면서 불러야지, 사람들이 마악 따라부르며 좋아하고 그래야지, 내 노래에도 감정이 더 실리고, 노래는 노래대로 더 살아있는 노래가 되고…
7일 오클랜드의 한 찻집에서 잠깐 시간을 낸 박씨는 신곡 취입할 때 아무도 없이 사방데가 유리로 된 속에 갇혀서 사람들 반응도 없이 부를라니까 정말 감정이 안실려 안되겠더라며 ‘부르는 이와 듣는 이의 교감’을 거듭 강조했다.
쉰 살의 여가수 박래일씨는 너무 바쁘다. 송년회다 연말파티다 모임이 잦고 그럴수록 박씨를 찾는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해져 몸이 열쪽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북가주 한인세탁협회(11일)·몬트레이 한인회(18일)·콘트라코스타 세탁협회(30일) 등등 수첩에 날짜별로 적어놓은 출연스케줄이 빼곡하다.
박씨는 또 지난달 초부터 이달 4일 밤까지 샌프란시스코지역 한인회장 선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외도를 쎄게’ 했다. 동생처럼 아끼는 이석찬 후보의 간청을 뿌리칠 수 없었단다. 늘 청중의 환호와 박수를 받던 처지에서 한달남짓한 이 기간동안에는 보는 족족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밀고 큰소리로 혹은 소곤소곤 선거운동을 하느라 ‘유격훈련 못지않은 온몸운동’을 했다. 결과는 다 아는 사실. 그러나 박씨 특유의 맑고 밝은 정신에는 선거패배로 결코 주름살이 파고들지 않는다.
기분이야 그렇지만, 선거라는 게 어차피 한쪽은 지게 돼 있는 것이고, 최선을 다했으면 됐지, 이제는 당선된 양반이 더 잘하도록 도와줘야지, 끝난 일을 갖고 속을 끓인다고 뭐가 바뀌나요. 000 목사님께서 전화를 해서 안됐다고 위로하시길래 그분께도 그렇게…
가수로서의 소망도 있다. 연말연시가 지나면 시간여유를 갖고 청년세대와 노년세대 중간에 낀 40, 50대 연령층을 겨냥한 ‘나의 노래’를 만들어 ‘나의 노래’로 한올한올 추억과 행복을 을 엮고 싶단다. 또하나의 소망은 가수는 영원한 내 직업이고 노래에는 귀천이 없는데 ‘찬양을 하는 사람이 왜 세상노래를 부르냐’고 눈총을 주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며 나를 ‘가수 박래일’로 봐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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