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스타디오 올림피코 경기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유로화 동전 하나가 필드로 날아왔다. 심판 한 명이 이 동전에 맞아 이마에서 피가 났다. 팬들은 이것을 불길한 징조라고 생각했다. 이 일로 인해 홈팀인 AS 로마는 두 경기를 관중이 없는 텅 빈 스테디엄에서 경기를 하는 벌칙을 받았다.
최근 프로농구 NBA팬들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의 경기 도중 발생한 선수들과 관중의 광기 어린 난투극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 농구 팬뿐만 아니라 전국이 경악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축구 경기장에서 집단 폭력사태가 다반사로 발생하는 유럽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했다.
유럽에서는 축구 팬들이 경기를 벌이고 있는 상대팀 선수들에게 술병이고 칼이고 닥치는 대로 집어던진다. 더 큰 물건이 있으면 당연히 그것을 던진다.
“관중 가운데는 아예 경기를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오직 말썽을 피우기 위해 경기장에 오는 것이다”
이탈리아 축구선수 노조의 세르지오 캄파나는 개탄한다.
악명 높은 영국 축구 팬들은 아직도 경기장 밖에서 난동을 부린다. 하지만 프레미어 리그 당국은 경기장의 폭력사태는 방지하고 있다. 미국처럼 지정 좌석제를 도입하고 시즌 티켓 시스템을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축구장에서의 대형 유혈사태는 자주 발생한다.
지난 1985년 브뤼셀에 있는 경기장에서는 리버풀 축구 팬들이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팬들을 공격했다. 폭력과 관중들의 대피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했다.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1989년에는 셰필드에서 군중 통제가 실패하면서 압사사건이 속출, 무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사망했다.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폭력의 양상은 더욱 추악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점점 숫자가 늘고 있는 흑인 선수들에 대한 관중들의 인종적 폭언이 심화되고 있다. 상황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하다.
프랑스 정상의 팀 파리 세인트 저메인의 팬들 가운데는 골수 신나치 집단이 있다. 이들은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물론 동성애자들에 대해 폭언을 퍼붓고 원정팀 선수들에게 가리지 않고 아무 것이나 집어던진다.
스포츠팬들은 왜 극단적인 행동을 할까.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갈등에서 빚어진 전통적인 라이벌 의식이다. 글래스고우 셀틱팬은 가톨릭 신자들이고 레인저스의 팬은 개신교 신자들이다. 이탈리아의 로마에서는 공산주의자들과 파시스트들이 격돌하고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는 민족주의자들과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이 으르렁대고 있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팬들이 등을 돌리지 않을까 두려워 폭력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팀에게도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각기 다른 사회계층 인종 종교간의 갈등과 반목이 경기장 폭력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여기에 술이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영국 축구 팬들의 폭력 심리를 4년 동안 연구, ‘깡패들 속에서’(Among the Thugs)라는 책을 펴낸 작가 빌 뷰포드는 이렇게 말한다.
“경기장 폭력은 지루하고 공허하고 퇴폐한 세대의 증상이다. 현대 문화가 너무 죽어 있기 때문에 폭력으로 이것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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