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재선 성공’(조선), ‘케리, 패배 인정; 부시에 “승복” 전화’(중앙), ‘부시 미대통령 재선 성공… 케리 패배 인정’(동아). 동아일보는 부시 부부가 얼굴을 맞대고 기뻐하는 사진과 케리가 홀로 서서 이를 악물고 있는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보수적인 논조를 보이는 이들 신문은 톱기사 제목에 ‘성공’ ‘승복’이란 단어를 사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선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쳤다.
‘부시 재선 확정’(연합뉴스), ‘부시 미대통령 재선 확정’(한국), ‘부시 대통령 재선 유력’(문화). 중도입장을 띠는 이들 매체는 그저 담담하게 묘사했다.
한편 진보적인 경향신문은 ‘미 대선, 유감스러운 부시의 우세’란 큰 제목도 성이 안 찼는지 ‘부시 재선은 세계와 한반도에 불운’이라는 사설을 톱기사와 패키지로 포장했다. 한겨레신문은 ‘되풀이되는 미국 대선의 혼란’ 사설을 실었다. 프레시안은 ‘부시 “너무 행복하다. 내가 이길 줄 알았어”’라는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을 직접 인용해 소개했다. 미디어 오늘은 대선 결과에 대한 소식보다는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출입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부시가 되면 대북 보도 보수화될 것: 미국 대북 정책 강경 가능성’이란 글을 머릿기사로 다뤘다.
한국 언론이 미국의 대선에 대해서도 보수와 진보가 선명하게 갈려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문제가 걸려 있어서인지 하나의 명확한 사실을 취급하는 데서도 예민한 반응들이다.
투표일 전까지는 미국 언론도 부시, 케리로 양분됐었다. 그러나 승패가 갈리면서 냉정을 찾으려는 기미가 역력하다. 적어도 톱기사를 다루는 태도에서는 그렇다. 케리를 지지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는 모두 ‘부시 재선’이란 객관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LA타임스(케리 부시에 전화, 패배 인정), 월스트릿 저널(케리 인정, 부시 승리), USA투데이(케리 인정, 부시 재선), CNN(부시 승리), Fox 뉴스(부시 재선), MSNBC(부시 승리), ABC(케리 패배 인정), CBS(케리 인정, 부시 승리) 등도 후보지지 여부에 관계없이 차분한 표현을 사용했다.
2000년 부시를 지지했다가 이번에 케리로 입장을 선회한 신문들도 선거 결과에 대한 자신들의 불편함 심기를 드러내지 않았다. 시애틀타임스의 ‘부시 재선, 케리 인정,’ 모닝콜의 ‘케리 인정, 부시 재선’ 등 객관적 문구가 그 증거다. 부시의 재선에 시비 걸거나 케리의 낙선에 통분해 하지 않았다. 적어도 보도에서는 그랬다. 승패를 가르는 한판 ‘샅바 싸움’이 끝났으니 샅바를 풀자는 분위기다.
승자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까불더니 그것 봐라” 하며 기고만장하기 쉽다. 패자를 밀었던 사람들은 “뭐가 어쩌고저쩌고” 하며 사소한 일들을 들추어 칭얼거릴 수 있다. 승자 편이든 패자 편이든 이러한 언행은 사회 분열을 장기화할 뿐이다. 승자와 패자의 성숙함처럼 승자 편과 패자 편의 성숙함을 고대한다. 이제 샅바를 풀 때다.
<박봉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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