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속담에 ‘입향순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에게도 똑 같은 속담이 있습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 식을 따르라”(Do in Rome as Romans do)라는 속담입니다. 어떤 고장에 가나 그 고장의 풍습을 따르라는 교훈입니다.
풍습이란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 환경이라던가 사회제도, 입지적인 조건 등에 의해서 진화 형성된 그 고장 사람들의 생활 지혜입니다. 따라서 어디에 가나 그 고장의 풍습을 존중하면 그만한 대접은 받게 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우리는 이민 1세로서 이 고장에서 올바른 대접을 받으려면 하루 속히 ‘입향순속’을 이룩해야 합니다. 입향순속의 바탕은 에티켓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에티켓이란 다른 사람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code of behavior’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Code of behavior’란 언행의 규범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에티켓의 대가인 에밀리 포스트(Emily Post) 여사는 “에티켓의 기본은 친절이며, 친절은 황금률이 그 바탕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황금률’(The Golden Rule)은 마태복음 7장12절의 “너희는 남에게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라는 말씀을 이야기합니다.
우선 우리는 이 금언을 좌우명으로 삼아야 합니다. 동양 예의범절의 기본도 이와 별로 다를 바 없지만 문화의 차이로 인해서 표현과 적용에서는 차이가 나타납니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는 양쪽 규범의 차이를 상식만으로는 가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넓은 폭을 갖고 있습니다. 에티켓은 ‘룰’입니다. 규칙이라는 뜻입니다.
상식에만 의존해서는 그러한 ‘룰’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게 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입향순속은 그 고장에 오래 산다고만 해서 성취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미국은 이민으로 시작한 나라이고 지금도 해마다 70만명 이상의 이민자들이 입국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인구 2억8,000만 중 11%에 해당하는 3,100만 정도가 이민 1세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이민 인구가 하루 속히 미국 사회에 동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결집력과 단결력은 국가 형성의 기본요인입니다.
이 많은 이민 1세들이 두고 온 모국에만 집착하고 동화에 소극적이 되면 이 나라의 결집력과 단결력에 누를 끼치게 됩니다. 동화의 기초는 입향순속이라는 점 우리는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미국 시민으로 귀화를 하려면 연방법관 앞에서 ‘미국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게 됩니다. 그 전반부는 본인이 예속되어 있던 모국에 대한 충성심의 전부를 완전히 포기한다는 ‘포기 선언’이고 후반부는 명실 상부한 미국인으로서 미국에 충성을 다 하겠다는 서약입니다.
귀화의 첫걸음은 동화이고 동화는 입향순속을 전제로 하니 만치 우리는 보다 적극성 있는 입향순속을 통해서 ‘충성맹세’를 소중히 여기는 시민이 되고 대접받는 이웃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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