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선교 120주년…’ 방송, 워싱턴 교계에도 영향
“회개운동 교회서 먼저 일어나야” 자성
“불공정한 보도 경계해야” 주장도
본국 한국방송공사(KBS)가 지난 2일 방영한 시사 프로그램 ‘한국사회를 말한다: 선교 120주년, 한국교회는 위기인가’가 워싱턴 한인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송은 방영 전부터 ‘종교 탄압이며 교권 침해’라는 이유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등 한국 교계가 방송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던 프로그램.
한기총은 지난 9월30일과 1일 KBS 사옥 앞에서 2,500여명의 기독교인들이 운집한 가운데 KBS를 성토하는 집회를 연 바 있다.
그러나 KBS는 “선교 120주년을 맞아 개신교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자는 의미로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특정 대형 교회를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고 예정대로 이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직접 시청할 기회는 없었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사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미주 한인 목회자들과 크리스천들의 반응은 사뭇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한인교회협 회장인 정영만 목사는 “생각보다는 균형있게 내용을 다뤘다는 평을 들었다”면서도 “결국은 교계에 흠이 될 수 밖에 없는 프로그램을 제작한 동기는 의심이 갈 수 밖에 없다”는 토를 달았다.
정 목사는 또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한국 교계가 동조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다”며 “특히 대북 관련 문제에 있어 교계는 정부와 분명히 입장을 달리해왔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방송을 인터넷을 통해 봤다는 김모 목사는 “당연히 지적받아야 할 내용이었으며 교계를 고의적으로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한기총의 집단 행동은 이단 시비가 있었던 만민교회 성도들이 보여준 것과 별다를 것이 없는 섣부른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김모 목사는 또 “목회 세습이나 필요 이상의 대형화, 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교회의 현실은 잘 알려진 것 아니냐”며 “이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세상과 타협하며 사는 거짓 목사는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프로그램 제작진이 한국 남녀 성인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59.3%가 ‘개신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나 진정한 개혁과 회개이 교계 내부에서 먼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의 40.3%는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자기교파/자기교회 중심’을 꼽았으며 대형화/성장제일주의(23.9%), ‘자격 부족 목회자(12.6%), ‘비민주적 의사결정/불투명한 재정운영(9.5%), 세습(5.8%) 등도 거론했다.
또한 일제시대에 한국교회가 저지른 친일 부역/신사참배의 오욕을 청산해야 한다(53.1%)는 응답도 과반수를 넘어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이 교회를 비켜갈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은 한국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끼친 종교로 기독교(42.7%)를 가장 많이 지목했으며 교회가 잘하고 있는 것은 이웃돕기/봉사활동(47.3%), 올바른 삶의 가치관 제공(14.9%) 등이라고 대답, 기독교가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도 어느 정도 인정했다.
이홍근 목사(워싱턴교역자회장)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님에도 교계가 무감각하게 침묵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일부에서 자정, 개혁의 노력이 없지는 않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인량 목사(교회협 전 회장)는 “공영 방송이 교회 문제를 자꾸 간섭하고 음해하려는 태도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한국 교회가 복음의 능력을 잃고 성장을 멈췄다는 것은 이미 심판을 받았다는 증거임을 뼈저리게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한국사회를 말한다’ 프로그램에서는 목사직 세습 문제로 갈라진 성도들이 서로 다른 문으로 들어가 예배를 보는 강남의 모 교회가 취재됐으며 교회 돈 31억을 개인의 선거자금, 불륜 합의금, 개인용도 건물 건축 등에 유용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 대형교회 목사의 사례도 인용됐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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