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목사 <워싱턴 동산교회,MD>
중국 속담에 ‘전쟁터에 가기 전에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가게 되면 두 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 생활에 들어가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라는 말이 있다. 기도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을 하더라도 신중한 생각을 하고 나서 판단과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그리스 속담에는 ‘행동은 재빠르게 생각은 천천히 하라’고 했고, 로봇 연구의 선두 주자인 가네다 다케오가 쓴 ‘초보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행동하라’는 책에서 말해주듯이 무엇이든지 행동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것만이 최상의 것은 아닌 것이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건지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순서인 것이다. 적이 눈앞에 가까이 접근해 왔는데 상부에 보고해서 사격을 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하느냐 하는 명령을 받으려고 하면 적으로부터 오히려 당하게 된다. 그러므로 생각하며 살 때도 있지만 살며 생각할 때도 있는 것이다. 사과나무 밑에 누워서 사과가 언제 떨어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이미 사과가 나무에 달려 있기에 손을 내밀어 사과를 따야 한다.
배고플 때 어느 누가 나에게 빵을 가져다주기를 기도하는 것은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계속되는 삶의 연속이라면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신앙(信仰)이 아니라 신비(神秘)가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신앙과 종교는 세상과 삶을 가깝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동떨어지는 산 속의 동굴에서 사는 사람들만의 것이 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가 애굽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어 내어 홍해바다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애굽의 군대가 바짝 추격해 오고 있었다. 앞에는 홍해바다가 가로막고 있었고, 뒤에는 애굽의 군대가 쫓아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 모세는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의 도움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하늘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렸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어찌하여 내게 부르짖느뇨 이스라엘 자손을 명하여 앞으로 나가게 하고 지팡이를 들고 손을 바다 위로 내밀어 그것으로 갈라지게 하라 이스라엘 자손이 바다 가운데 육지로 행하리라”(출애굽기14:15-16)
인간은 연약한 존재라 절대자인 신에게 기도해야 한다. 도움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신앙으로 해결하는 것이 반드시 신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할 겨를이 없을 때는 행동해야 한다. 책상에 마주 않아 의논할 시간보다는 지금 밖에 나가서 땅을 파서 밭을 일구는 것이 맞을 때가 있다.
성경은 말씀한다.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였더니”(데살로니가후서 3:10)
하나님은 사람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 마실 것을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선한 것을 위해 살고, 모든 것을 후히 주시고 꾸짖지 아니하시는 하나님께 기도하라고 하셨다. 그러나 하나님은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은 먹지도 말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생각하지만 살기를 원하신다.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했다. 온전한 신앙인들은 땀을 흘려 수고하여 얻은 열매를 보면서 그것이 하늘에서 내린 축복이라고 믿는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얻으려는 것은 기복적(祈福的)인 것이요, 인간의 의무를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것이 있다. 지나치게 살면 생각할 시간과 마음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기에 인생은 사는 것이지만 생각하는 것이요,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조화이고 질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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